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기 체제가 어제 출범했다. 8·18 전당대회 경선에 나선 이 대표는 85.40%의 득표율로 연임이 확정됐다. 당 대표 선거 역대 최고 득표율이자 2000년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첫 대표 연임 기록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대세론 속에서 김두관·김지수 후보는 경쟁자가 될 수 없었다. 4·10총선에서 ‘비명횡사’ 공천으로 당을 확실하게 장악한 이 대표의 일극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고 봐야 한다. ‘3김 시대’ 이후 이렇게 강력한 야당 대표가 있었을까.
이번 전대 경선은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을 거듭 확인하는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렇게 김민석 표가 안 나오느냐”는 그의 말 한마디에 김민석 후보가 1위로 올라섰고 초반 돌풍을 일으킨 정봉주 후보는 순위에서 밀린 끝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두고 봐. 내가 (최고위에) 들어가면 어떻게 하는지”, “‘(이재)명팔이’들을 잘라내야 한다”고 한 정 후보의 발언에 당원들이 분노한 결과로 보인다. 최고위원은 김민석·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 후보가 최종 명단에 들어 친명 인사 일색으로 채워졌다.
정치인 한 사람 말에 당내 경선 판세가 요동을 치고 비판적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 정당이 과연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내 다양성이 실종된 일극체제에서는 민주주의가 질식될 수밖에 없다. 누가 감히 대표 심기를 거스르면서 입바른 소리를 할 수나 있겠는가. 이 대표가 대권으로 향해 가는 길에도 부정적일 영향을 줄 게 분명하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 거부권의 무한루프가 이어지는 정국 상황에서 거야를 이끄는 이 대표 책임은 더욱 막중해졌다. 이 대표가 어제 수락연설을 통해 “민생경제 회복이 시급하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여야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기를 모든 국민이 바라고 있다.
요즘 이 대표가 ‘먹사니즘’을 내세우고 이전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그는 어제도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를 맞아 “‘(DJ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가르침은 ‘먹사니즘’의 뿌리”라면서 “어느 때보다도 ‘김대중 정신’이 절실한 오늘”이라고 밝혔다. 올바른 진단이다. 비판적인 세력까지 포용하고 현실감각을 발휘하는 정치지도자가 필요하다. 그의 ‘먹사니즘’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기회이기도 하다. 정쟁에서 벗어나 민생 현안에 집중할 때 야당의 집권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