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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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협력 꿀벌 유전병 치료제 세계 첫 개발”

제놀루션 김기옥 대표

낭충봉아부패병 유전 정보 분석
국가 특허 이전받아 치료제 개발
투약 이후 꿀벌 사망률 60% 감소
해외진출도 기대 잠재력 큰 산업

“‘토종벌의 재앙’이라고 불렸던 낭충봉아부패병의 발현을 억제하는 세계 최초의 치료제입니다.”

유전자 치료제 전문기업 제놀루션 김기옥(사진) 대표는 지난 7일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허니가드-R액’에 대해 18일 이렇게 설명했다.

제놀루션이 개발한 허니가드-R액은 꿀벌의 낭충봉아부패병 유전자 치료제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 유충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이 병에 걸린 유충은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녹아내려 죽게 된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국내에 서식 중인 토종벌의 90% 이상을 죽인 치명적인 병이다. 이 때문에 낭충봉아부패병은 국가로부터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됐다.

김 대표는 “허니가드 꿀벌 치료제는 리보핵산간섭(RNAi) 기반의 유전자 기반의 치료제”라며 “RNAi 기반으로 낭충봉아부패병 치료제를 개발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제놀루션이 개발한 허니가드 꿀벌 치료제는 꿀벌을 통해 나오는 낭충봉아부패병 유전 정보를 분석해 이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저격’하는 원리다. 또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인체나 토양 등에 부작용이 없다. 특히 허니가드 치료제 투약 뒤 꿀벌 사망률이 60% 이상 감소했고, 꿀벌 유충의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 분자 수가 90% 이상 줄어든 결과를 얻었다.

이 치료제 개발은 정부와 협업을 통해 이뤄진 모범사례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낭충봉아부패병 치료제 초기 기술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개발했다”며 “국가의 특허 및 기술을 이전받아 제놀루션이 치료제를 개발한 사례”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낭충봉아부패병 치료제 개발을 ‘그린바이오’ 산업 중 하나로 의미를 부여했다. 김 대표는 “현재 국내에서 낭충봉아부패병 치료제가 필요한 토종벌 봉분은 11만8000여개로 140억원 규모”라며 “내년에는 이 중 20∼30%를 대상으로 허니가드 치료제 투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사라진 토종벌의 빈자리를 서양벌이 대신하고 있는데, 서양벌 봉분 수는 250만개로 추정된다”며 “치료제 개발을 서양벌로도 확대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동남아 등 해외 진출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잠재력이 큰 산업”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현재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예산은 다른 소독제와 묶여 책정돼 있는데, 단일품목으로 배정돼야 토종벌 생태계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제놀루션은 2006년 설립됐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땐 RNA를 추출하는 장비와 시약을 개발해 이목을 끈 회사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