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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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병원급 참여율 저조 왜?

10월 25일 실시 앞두고 논란

전산화 시스템 구축 확산 사업
3000여곳 중 3∼4%만 참여 신청
“EMR社 함께 신청해야 지원받아”
지방도시 보험가입자 불편 우려

보험 가입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보험금 청구 서류를 보험사에 보낼 수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스템’에 병원급 의료기관의 참여가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지난 14일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 확산사업’ 3차 공고를 냈다. 2번의 공고에도 불구하고 참여가 저조한 데 따른 것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스템에는 상급종합병원 47곳 전체(100%)가 참여했고, 330여개 종합병원 중 100여곳(30%)이 참여 신청을 했다. 문제는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3000곳이 넘는 대상에서 3∼4%의 병원만 참여를 신청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는 추가 비용 부담 없이 환자가 애플리케이션(앱)·사이트 등을 통해 신청하면 병원에서 보험사로 진료비 영수증, 처방전 등 보험금 신청 서류를 바로 보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10월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의료기관 참여 저조에는 환자 검사·치료 내용 등이 담긴 의무기록을 관리하는 전자시스템(EMR) 업체가 지목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자체 개발한 EMR을 운영하지만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는 상용 EMR 업체가 만든 ‘보급형’ 시스템을 구매해 운영비를 지급하고 있다. 헥톤프로젝트, 비트컴퓨터, 이디비주식회사, 네오소프트뱅크 등 EMR 업체가 각각 200∼1000여개의 병원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전산화 시스템 구축 사업은 보험금 신청에 필요한 프로그램 추가에 따른 비용을 보존하기 위해 EMR 업체에 유형별로 개발비 1200만원과 프로그램 설치비(10만∼15만원)를 지원하는 것이다. 업체가 이를 신청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간소화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의료계 관계자는 “보험금 신청이 편리해지면 환자는 병원 서비스가 좋다고 느낄 수 있다고 판단해 보험개발원에 문의했는데 EMR 업체와 병원이 함께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며 “프로그램 변경·설치를 EMR 업체에서 진행하지 않아서 병원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산 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전송 대행기관인 보험개발원은 이에 대해 “병원급 참여가 저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액의 진료비는 상급종합병원 등 큰 병원에서 나오는 만큼 현재 전체 보험금 청구액을 기준으로 하면 40~50%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병원급 의료기관은 지방 소도시, 서민의 이용이 많은 만큼 간소화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보험 가입자의 불편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참여 병원의 보험금 보험금 청구를 위해서는 기존처럼 보험 가입자가 병원을 방문해 서류를 떼서 보험사로 직접 보내거나, 추가 수수료를 내고 보험 청구 중개 업체를 이용해야 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