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천상 스크린으로 무대 옮긴 ‘세기의 미남’ [고인을 기리며]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 별세

자녀들 “투병 끝에 사망” 성명 발표
1957년 ‘여자가…’로 스크린 데뷔
‘태양은 가득히’ 계기로 톱스타에
90여편 출연… 직접 제작·연출도

세계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로 20세기 영화계를 주름잡은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이 1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AFP통신은 이날 들롱이 88세의 일기로 타계했다고 자녀들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의 세 자녀는 성명에서 “아버지 들롱이 투병 끝에 이날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팬들은 행복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로 불리던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이 1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알랭 들롱이 2019년 제72회 칸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 전 포토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AFP연합뉴스

그는 1935년 11월8일 파리 남부 오드센주소에서 태어나 중등학교를 중퇴했다. 학창시절 오토바이를 훔치거나, 가출해 미국 시카고로 떠났다가 경찰에 붙잡히는 등 유명한 ‘문제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살 때 프랑스 해군에 입대해 통신학교 기간병으로 근무 중 절도죄로 불명예 전역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1차 인도차이나 전쟁 당시인 1953~54년에는 베트남 사이공 해군기지 경비중대 무전병으로 1년간 파병됐다. 파병 기간 중 부대 지프를 훔쳐 근무지를 무단 이탈하다 체포돼 11개월간 군 교도소 수감 후 불명예 전역했다.

 

제대 후 세계 각지를 방랑하다가 파리로 돌아온 들롱은 1957년 알레그레 감독의 ‘여자가 다가올 때’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1960)에서 신분 상승의 욕망에 사로잡힌 가난한 청년으로 출연하여 세계적인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대표작으로는 ‘태양은 외로워’(1962),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1966), ‘볼사리노’(1970), ‘조로’(1975) 등이 있다. 그는 50여년간 9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이 중 80여 편에서 주연을 맡았다. 또 ‘암흑가의 두사람’(1973) 등 24편의 영화를 직접 제작했으며 ‘형사 이야기’(1981), ‘최후의 방어선’(1983) 2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들롱이 1981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당시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파리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파리=AFP연합뉴스

AFP통신은 “들롱은 프랑스 최고의 스크린 유혹자였다”고, AP통신은 “들롱의 존재감은 잊을 수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에서도 그는 미남의 대명사로 통했다. 조각 미남으로 1960~1980년대를 풍미한 배우 고 신성일이 ‘한국의 알랭 들롱’으로 불릴 정도였다.

 

들롱은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수술받은 후 요양생활을 해왔다.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등장했던 것은 2019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였다. 그는 당시 칸영화제 행사에서 “제가 정말 유일하게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제 경력”이라며 영화 인생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그는 스타 그 이상이었다”며 “프랑스의 기념비적 존재”라고 추모했다. 이어 “들롱은 전설적인 배역들을 연기하며 전 세계를 꿈을 꾸게 했다”며 “그의 잊을 수 없는 얼굴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