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재판서 다룰 답변서가 청문회장에?… 방통위 대리인, 변협에 조처 요구

법원에 제출한 서류가 재판 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등장한 것과 관련해 방통위 소송대리인이 대한변호사협회에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 및 조치를 요구했다. 대리인은 이번 일이 “법원 밖에서 사실상 재판이 진행됐다”며 변론권 침해를 주장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방통위 소송대리인은 지난 16일 변협 권익위원회에 이런 내용의 진정서를 냈다. 대리인은 MBC 이사 선정에서 탈락된 3인이 낸 집행정지 가처분 사건과 방문진 기존 이사장과 이사 3인이 제기한 동종 사건에서 상대방인 방통위 측 변호사들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장악 2차 청문회에서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증언 거부 고발의 건이 상정되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이들은 집행정지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행정법원에 낸 답변서가 재판에서 다뤄지기 전에 국회에 공개된 점을 문제 삼았다. 앞서 14일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방송 장악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은 “이게 방통위 답변서”라면서 해당 서류를 들어 보였다. 그러면서 답변서에 담긴 내용이 맞는지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에게 물었다. 당시 김 직무대행은 답변서를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리인은 진정서에서 이를 언급하며 “아직 심문기일에 진술되지도 않은 피신청인(방통위)의 답변서가 위 사건의 신청인들 등에 의해서 법원 외로 유출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내용에 대해서 법정 외에서 답변서의 내용에 대해 따지는 절차가 진행됨으로써 실질적으로 법원의 재판 외에서 사실상의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했다.

 

이번 답변서 유출은 법관·법률에 의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소송대리인의 변론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대리인 주장이다. 이들은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해 재판 외에서 의뢰인을 추궁하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변호사는 의뢰인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방어할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변호사법 제1조에 규정된 기본적 인권을 옹호할 본연의 업무를 행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유출 사태’를 조사해 적절한 조처를 해달라고 변협에 촉구했다. 

 

이를 두고 한 법조계 인사는 “심문기일에서 진술되지 않은 답변서가 외부에 유출된 비상식적인 상황”이라며 야권을 향해 “MBC를 지키겠다는 목적만 정당하다면 어떤 수단도 동원할 수 있다는 파시스트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