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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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신생아 2명 중 1명은 ‘비혼출산’ [연중기획-소멸위기 대한민국, 미래전략 세우자]

2020년 기준 평균 42%… 20% 이하 5곳뿐
출산 후 경제적 자립·제도 지원 뒷받침 중요

여전히 출산이 결혼 제도에 종속돼 있는 한국과 달리 서구사회에서는 비혼출산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소속된 선진국들의 경우 비혼출산의 비율이 절반에 육박한다,

OECD가 지난 6월 발표한 ‘가족 데이터베이스’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소속 국가들의 평균 비혼출생자 비율은 41.9%에 달한다. 이 중 비혼출생률이 50%를 넘는 국가가 칠레(75.1%), 코스타리카(72.5%), 멕시코(70.4%), 아이슬란드(69.4%), 프랑스(62.2%) 등 14개국에 이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반면 비혼출생률이 20% 이하인 국가는 5개국뿐이었다. 아직도 결혼 제도가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과 일본이 각각 2.5%, 2.4%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튀르키예가 2.8%로 이보다 약간 높은 비혼출생률을 기록했고, OECD 국가 중 종교적 보수성이 강한 이스라엘(8.1%), 그리스(13.8%)도 비혼출생률이 20% 이하였다.

이외 OECD의 대부분 국가에서 신생아 5명 중 최소 1명은 결혼제도 바깥에서 태어날 정도로 비혼출산은 낯선 일이 아니다. 다만, 이들 국가에서 비혼출산이 일반화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유럽의 경우 1970년대만 해도 비혼출생률이 2∼8%에 그쳤지만 비혼출산을 ‘부끄럽지 않은 문화’로 만들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2000년대 들어 혼인과 출산의 ‘디커플링’ 양상이 나타났다. 혼인율은 시대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떨어지지만 출생률은 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부도 비혼출산을 제도적으로 끌어안았다. 1999년 도입된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PACS)이 대표적으로 당초 동성 커플의 동거를 인정하기 위해 제정됐지만 이제는 결혼을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성인 남녀가 흔하게 활용하는 제도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 정부는 PACS를 맺은 커플에게도 결혼한 부부와 동일한 사회보장 혜택을 부여하며, 둘 중 한 명이 숨질 경우에는 남은 한 명이 상속도 받을 수 있다. 결혼과 달리 분리 절차는 둘 중 한 명만 시청에 신청해도 바로 이루어진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국가 상당수가 PACS와 유사한 제도를 갖추며 비혼출산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여성이 출산 후에도 경제적 능력을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각종 제도도 젊은이들이 비혼출산을 쉽게 받아들이는 데에 일조했다. 독일의 모성보호법이 대표적인데 기업은 여성이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회사에 통보한 시점부터 출산 4개월 후까지 해당 여성을 해고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된다. 또, 출산 후 8주 동안은 산모가 출근에 대한 의지가 있어도 의무적으로 휴직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출산휴가와는 별도로 아이가 3세가 될 때까지 최고 3년의 육아휴직을 받을 수 있다. 독일은 당초 여성의 사회진출을 보장하기 위해 시작된 이 제도의 대상을 비혼가정에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했고,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이 가능해지면서 비혼출산도 일반화됐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