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는 ‘금 사과 파동’을 겪었다. ‘애플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구 온난화로 사과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빚어진 기후인플레이션이었다. ‘경북 사과’, ‘호남 배’로 불리던 과수 재배 지도도 바뀌고 있다. 2100년에는 강원 일부에서만 사과를 재배할 수 있을 것이란 심각한 예고까지 등장했다. 이상기후가 우리 일상을 위협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기후가 물가·산업생산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어제 내놓은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1∼2023년 우리나라 이상기후지수(CRI)와 산업생산, 소비자물가상승률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상기후가 성장(산업생산)은 늦추고 물가는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CRI는 5가지 요인(이상고온·이상저온·강수량·가뭄·해수면 높이)을 바탕으로 기준 기간보다 얼마나 이상기후 정도가 심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상기후 충격은 발생 시점으로부터 약 12개월 뒤 산업생산 증가율을 0.6%포인트 깎아내렸다. 농림어업 국내총생산(GDP)은 1.1%포인트, 건설업 GDP는 0.4%포인트 하락했다. 공급망 위기·국제유가 등 대외요인에 취약한 한국 경제에 이상기후에 따른 성장 감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이상기후 충격 후 약 3개월 만에 0.03%포인트 더 높아졌다. 품목별로는 식료품, 과실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수입 대체 효과를 배제할 경우 이상기후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폭은 0.08%포인트까지 커진다. 최근 이상기후는 연근해 어종까지 바꾸고 해양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끝 모를 폭염에 지금까지 양식장 어류 140만마리와 가축 90만여마리가 폐사했다. 수확량·어획량 감소는 장바구니 물가 상승, 먹거리 불안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후위기가 곧 경제위기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는 임기응변식 처방으로는 안 된다. 범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인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 농축어업 맞춤형 지역별 날씨와 장기적 변화추세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상예측 능력을 키워야 한다. 기업은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손실을 메울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도 규제 철폐·세제지원에 나서는 한편 농축산물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가격 안정화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사설] 이상기후로 산업생산 휘청, 커지는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라
기사입력 2024-08-19 23:33:33
기사수정 2024-08-19 2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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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월 뒤 생산 0.6%P 끌어내려
식료품·과실류 등 물가에 직격탄
기상정보 제고·유통구조 고쳐야
식료품·과실류 등 물가에 직격탄
기상정보 제고·유통구조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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