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9년 만에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에 성공한 프로야구 LG의 목표는 당연히 2연패였다.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염경엽 감독과 선수들은 입을 모아 “이제부터 시작이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우승에 도전해 왕조를 건설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의 꿈이 실현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선두 KIA만 만나면 한없이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이면 ‘KIA 포비아’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LG는 지난 16~18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KIA와의 주말 3연전에서 내리 패했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라고 불릴 정도로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의 향방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점쳐졌던 경기였다. 역대급 폭염 속에서도 세 경기 모두 만원 관중이 들어찬 가운데 LG의 자존심은 하염없이 무너져 내렸다.
첫 경기 패배가 결정적이었다. 2-0으로 앞선 9회 마무리 유영찬이 올라와 김도영에게 적시 2루타, 나성범에게 역전 투런포를 맞고 2-3으로 패했고, 이후 두 경기에서도 투타에서 완패했다. 이로써 LG(60승2무52패, 승률 0.536)와 선두 KIA(68승2무46패, 승률 0.596)와의 승차는 4경기에서 7경기로 벌어졌다.
2위 자리도 삼성(63승2무52패, 승률 0.548)에게 내줬다. 사실상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은 이번 3연전 스윕패로 물 건너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뼈아픈 것은 이번 시즌 KIA와의 상대전적이 3승12패로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그나마 전반기 때는 3승6패로, 세 번 싸우면 한 번은 이기는 수준은 됐다. 후반기 들어 3연전 두 차례를 모두 내줬다. 0승6패. 이제 KIA의 빨간 유니폼만 보면 공포증을 느낄 수준까지 다다른 셈이다.
이제 LG가 KIA와 남은 정규리그 맞대결은 다음 달 3일 광주 원정 1경기뿐이다. 이 경기를 잡아도 선수단에 인이 박힌 ‘KIA 포비아’를 지워내기는 쉽지는 않다. 이래저래 LG로선 너무나 많은 것을 잃은 KIA와의 주말 3연전이었다.
반면 KIA는 2위팀만 만나면 유독 강해지는 ‘호랑이 꼬리잡기의 저주’를 이번에도 발휘하며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 확보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올 시즌 KIA는 올 시즌 2위팀들을 상대로 13승2패, 승률은 무려 0.867로 강했다. 3연전 중 상대 팀이 3위로 떨어진 뒤 경기 결과를 합산하면 17승3패 승률 0.850이다. 올 시즌 전체 승률인 0.596(68승2무46패)보다 무려 2할5푼 이상 올라간다.
19일 기준 KIA는 28경기, 삼성은 27경기, LG는 30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KIA가 남은 시즌 현재 승률(0.596) 수준의 성적(17승11패)을 거둔다고 가정하면 85승2무57패를 기록하게 된다. 이 경우 삼성이 남은 기간 22승5패(승률 0.815), LG는 25승5패(승률 0.833)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따라잡을 수 있다. KIA가 기록적인 연패를 당하지 않는 한 선두 경쟁이 끝난 셈이다.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은 가을야구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권 싸움이 더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 주말 한화가 5위 SSG에 스윕승을 거두고, 롯데도 키움에 위닝 시리즈를 거두면서 5위 경쟁팀들 간의 승차가 대폭 줄어들었다. 19일 현재 5위 SSG(56승1무58패)와 6위 KT(55승2무59패)가 한 경기 차, 7위와 8위인 한화(52승2무59패), 롯데(50승3무57패)도 SSG와의 승차를 2.5경기까지 줄였다. 2.5경기 안에 네 팀이 맞물려 있어 시즌 끝까지 매일매일 승패에 따라 일희일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