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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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 바닷가에서 영화를 보다…‘부안무빙’ 폐막

시원한 바닷가 노을 속 영화에 빠지다…'부안무빙' 폐막

전북 부안군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린 영화 축제인 ‘제2회 팝업시네마: 부안무빙’이 사흘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15∼17일 사흘간 진행된 부안무빙에는 엄태화, 조근식, 송해성 감독, 배우 신은수, 박정민 등이 참석해 영화 팬들과 대화했다.

부안무빙은 팝업스토어 개념을 영화제에 도입한 문화축제다.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야외공간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과 대화(GV)하는 이색적인 축제다.

사랑을 주제로 한 올해 부안무빙 개막작으로는 엄태화 감독의 멜로 영화 ‘가려진 시간’(2016)이 선정됐다.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도 연출한 엄 감독은 개막작 상영 직후 주연배우 신은수와 무대에 올라 영화의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엄 감독은 “‘가려진 시간’은 커다란 파도 앞에 선 두 사람의 이미지에서 출발한 영화”라며 “중요한 배경으로 바다가 등장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영화를 보게 돼서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배우 신은수는 “‘가려진 시간’을 촬영하면서 바닷가를 진짜 많이 봤는데, 바다에서 관람하게 돼 기쁘다”며 “영화 촬영 당시에는 중학생이었는데, 지금 대학생이다. 내가 어렸을 때가 저렇게 생겼었구나, 어색해하며 영화를 봤다”고 밝혔다.

 

엄 감독은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수린 역에 발탁된 신은수의 오디션 상황을 떠올리며 “본인을 억지로 꾸미지 않는 모습이 좋았다. 열심히 하려다 오히려 얼어 버리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은수는 카메라 앞에서 전혀 떨지 않았다”고 전했다.

 

배우 박정민은 자신의 첫 연출작인 단편영화 ‘반장선거’(2021)를 상영한 17일 관객들과 만났다. 박정민은 “(‘반장선거’는) 초등학생들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그 안에 ‘갱스터의 모습’, ‘정치인의 모습’이 엿보인다고 봤다”며 “그렇다면 힙합 음악도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고, 컷을 잘게 쪼개서 뮤직비디오처럼 만들어도 재밌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과 배우의 차이점을 묻는 관객의 질문에 “배우는 왔다 가는 사람이다.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로 발휘한 다음에 떠나는 사람인 반면 감독은 작품을 부여잡고 몇 년을 사는 사람, 즉 책임지는 사람”이라며 “제가 뭐라고, 감히 첨언할 수 없는 영역을 해내시는 분들”이라고 밝혔다.

 

폐막작인 최민식·장바이즈(장백지) 주연의 ‘파이란’(2001) 상영 때는 송해성 감독이 무대에 올랐다. 송 감독은 “‘파이란’은 롱테이크가 굉장히 많은 영화다. 아마 최민식이라는 배우를 만나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최민식 배우가 지닌 진정성 있는 연기가 짧은 호흡으로 끝날 수 있었던 신들에 긴 호흡을 불어넣어 줬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 스타 장백지를 캐스팅한 데 대해 “강원도 고성에서 촬영했는데 영하 24도였다. 장백지씨가 ‘홍콩은 영상 영도에도 사람이 동사한다’고 말해 웃었다”며 “당시 장백지 씨가 18세 어린 나이였는데도 불구하고 성숙하고 디테일한 연기를 잘 해줘서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부안무빙을 기획한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번 행사가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됐다며 “낙조를 앞에 두고 다양한 사람과 영화를 함께 보면서 나눌 수 있는 축제였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