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 동료의 퇴근을 기다렸다가 감금하고 금품을 빼앗은 30대가 항소심에서 “피해자가 입은 상해 정도가 강도상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김병식)는 이날 오후 2시50분 231호 법정에서 강도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34)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심리하고 결심 절차를 진행했다.
A 씨는 지난 1월 8일 오후 10시쯤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귀가하던 B 씨를 집에 감금한 뒤 B 씨의 휴대전화로 4100만 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또 인터넷 쇼핑몰에서 순금 골드바 20개를 구매했다가 피해자가 탈출 후 주문을 취소해 미수에 그친 혐의도 적용됐다.
A씨 측 변호인은 20일 항소 이유에 대해 “상해의 정도가 강도상해죄에서 인정하는 상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항소했다”며 “형량 역시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전 직장동료인 B씨에게 사죄하기 위해 1000만원을 추가로 공탁했으며 사과문을 전달하고 싶지만 2차 가해 우려가 있어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양측에서 추가 제출 증거와 피고인 신문을 생략하자 재판부는 결심 절차를 이어갔다.
검찰은 A씨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 요청에 따라 물을 마시게 하거나 반려견에게 사료를 주는 등 신체 가해 행위를 크게 하지 않았으며 상해의 의도가 없었다”며 “피해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 강도상해죄에서 정하는 상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며 범행 후부터 사죄하고자 공탁하고 두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지은 행동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감안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며 “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 하루하루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으며 책임을 져야 하지만 두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일말의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0일 오후 1시 50분 A씨에 대한 선고를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B씨가 퇴근하기 3시간 전부터 기다렸던 A씨는 B씨가 현관문을 열자 밀치고 집으로 들어갔고 미리 준비한 케이블타이로 B씨 손을 묶어 반항을 억압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씨는 6시간 만에 현관문을 열고 탈출했으며 전치 약 2주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인터넷 도박으로 빚이 생기자 같은 회사에서 근무해 알고 있었던 B씨를 상대로 범행을 계획, 저질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5년 동안 알고 지낸 전 직장 동료를 상대로 저지른 범행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고 충분히 비난받을 만하다”며 "피해자가 범행 피해로 인해 트라우마 등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최소한의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면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5년을 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