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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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계 빚 또 역대 최대, 주담대 핀셋 규제로 잡을 수 있나

2단계 스트레스 DSR 수도권 강화
오락가락 정책 시장 혼선 부추겨
정부 긴축에 금융권도 협조해야

정부가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시행하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해서는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기존 0.75%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상향하기로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어제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계부채가 올해 상반기부터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은행권과 정부가 합심해서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2분기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고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은행권 주담대가 늘어난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뒷북 조치’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스트레스 DSR은 DSR 산정 시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가산 금리를 더해 대출액을 축소하는 제도다. 대출 금리가 5%이고, 스트레스 금리가 1.5%라면 대출한도 산정 시 총 6.5%의 금리를 적용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급등하는 집값과 가계부채를 잡을지는 미지수다. 스트레스 금리는 대출한도를 계산할 때만 적용되는 가상금리다. 차주의 대출한도가 낮아질 뿐 이자 부담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정부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두 달 늦추면서 ‘막차 대출 수요’를 촉발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이미 가계대출액과 집값 상승세는 위험수위를 넘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금융권 가계대출과 카드사, 백화점 등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빚) 잔액은 1896조원에 달했다. 또다시 역대 최대치다. 집값 상승세는 멈출 기미가 없다. 8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평균 0.32% 오르며 5년 11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1년 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주택가격전망지수도 118로 3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정부는 그간 가계대출을 우려하면서도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정책대출을 대거 늘렸다. 뒤늦게 시장이 과열되자 은행권 주담대의 60%를 차지하는 디딤돌 등 정책대출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만시지탄이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가계대출 조절과 건전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 한은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움직임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부채 축소 효과가 확실해질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게 옳다. ‘이자 잔치’ 비난을 듣는 금융권도 대출 금리만 올리지 말고 투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예금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