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10명 중 9명은 판사가 되기 위한 최소 경력을 현행 법원조직법이 규정한 ‘10년 이상’보다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도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법조일원화 제도가 시행 11년 만에 개편될지 주목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전체 법관 3150명을 대상으로 ‘법관 임용을 위한 적정 법조경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법관의 48.3%에 달하는 1520명이 이번 설문에 응답했다.
먼저 법관 임용에 요구되는 최소 법조경력을 10년으로 정한 현행 법원조직법에 대해 응답자의 대부분인 92.1%(1400명)가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적절한 경력요건을 묻는 질문에는 ‘3년’으로 답한 응답자가 750명(49.4%)으로 가장 많았고 ‘5년’이 648명(42.6%)으로 뒤를 이었다. 주관식으로 답한 응답자 중에는 “최소요건을 없애고 즉시 임용해야 한다”거나 “3년 미만으로 정하자”는 제안(33명·2.2%)도 있었다.
경력요건을 완화하되 소송을 지휘하는 재판장에 대해선 10년의 법조경력을 요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동의한다는 응답이 762명(50.1%)으로 비동의 628명(41.3%)보다 8.8%포인트 높았다.
법관이 되기 위한 최소 경력 요건은 2011년 법조일원화를 도입하면서 명문화됐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해 곧장 판사로 임용되던 방식이 폐쇄적 순혈주의와 관료주의 등 문제를 낳는다는 문제의식에서 국회가 도입한 제도다. 다만 인력 충원을 고려해 최소 경력을 2013년 ‘3년’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늘려가도록 했다. 현재는 5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요구하고 있는데 당장 내년부터는 7년, 2029년부터는 10년으로 상향한다.
그러나 정작 법조일원화 도입 취지와 달리 오랜 경력을 쌓은 유능한 변호사들이 법원이 아닌 대형로펌을 더 선호하고, 법관 고령화 현상은 뚜렷해지면서 재판 지연 등의 문제를 심화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도 법관 임용의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지난달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법조경력을 완화하기 위한 입법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14일 법관 임용에 필요한 최소 경력을 5년으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김 의원은 “법조경력 요건이 현재와 같이 유지되거나 강화할 경우 사건처리 지연 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법적 분쟁의 장기화로 인한 국민의 고통이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21대 국회에서도 법원행정처가 낸 유사한 취지의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올랐지만 일부 의원 반발에 부딪혀 4표 차이로 부결된 바 있다. 일각에선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개정을 주도하는 만큼 이번엔 법안이 통과되지 않겠냐는 전망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