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 이뤄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했다.
임 전 실장은 20일 오후 전주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윤석열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시작된 전임 문재인정부 인사들에 대한 정치보복 수사가 3년째 계속되고 있다”며 “이번 수사도 누가 봐도 정치적이고 윤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참고인 조사 나선 임 전 실장 “그림조각 맞추기 중단을”
그는 “느닷없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무참히 소환을 받고 긴 조사와 재판을 받는다는 게 국민 개개인에 어떤 고통을 주는지 대통령 본인께서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정치검사들의 빗나간 충성 경쟁과 너무나 길어지고 있는 정치 보복 수사가 어디로 치닫고 있는지 (언론이) 직접 살펴보길 바란다”는 말로 검찰 수사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또 “이미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대역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이 정도면 됐다 싶다”고도 했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이상직 전 국회의원을 임명하고 전 사위가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로 있는 항공사 임원으로 취업한 것을 놓고 검찰이 대가성 여부를 수사 중인 데 대해서는 “여느 대통령 임용직 인사와 똑같은 절차를 통해 이뤄졌을 뿐”이라며 “(검찰이) 엉뚱한 그림 조각들을 갖다 맞추면서 의혹만 부추기는 일이 더는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검찰 수뇌부에 대해서도 “정치보복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너무나 많은 공무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며 항변했다. 그는 “검찰이 원하는 진술이 나올 때까지 수십번씩 불러대는 지난 수사를 한 번 돌아보고 공무원들이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기 위한 시정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가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무한싸움을 벌이고 있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정치 지도자 누군가는 손을 내밀고 화해와 협력에 물꼬를 터야 하기에 대통령이 먼저 운을 떼고 시작하면 더 나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정부의 정치보복 수사가 여기서 더 한다면 모두가 불행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검찰은 너무나 잘 드는 칼이다. 그래서 책임이 더 큰 것이고 절제력 있게 오남용되지 않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진행된 무도한 정치보복 수사를 당장 멈추는 게 신임 검찰총장 내정자가 얘기하는 검찰의 국민에 대한 신뢰회복의 시작이라고 본다”고 역설했다.
◆검찰, 중진공 이사장 임명 ‘대가성 입증’ 골몰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한연규)는 이날 오후 2시쯤부터 임 전 실장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에 돌입했다. 조사 내용은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된 경위와 이 과정에서 청와대에서 누가 실무를 맡았는지 등을 캐물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의 부당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 집중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정부 핵심 인사로, 2017년 5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검찰은 2018년 3월 청와대가 이스타항공을 운영 중이던 이상직 전 국회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하고 이 전 의원이 이에 대한 대가로 4개월여 뒤 자신이 실소유주로 있는 태국계 항공사 타이이스타젯 임원 자리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를 앉혔다고 의심하고 있다. 서씨가 항공업계 경험이 전무한 데도 항공사 임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취업이 아니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에 해당할 수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
특히 검찰은 2017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실이 주관한 비공식 회의에 주목한다. 이 비공개회의에서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이 결정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때문이다. 중진공 이사장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 중기부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당시 회의에는 홍종한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 조현옥 전 인사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를 통해 한 중기부 관계자로부터 “2017년 말 중진공 이사장 공모가 나기 전 청와대 비공식 회의에서 이 전 의원이 내정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적이 있어 이번 조사에 관심을 모은다.
◆‘압수수색·소환조사’ 이어 전 대통령 ‘계좌추적’ 불사
검찰은 2017년 청와대 인사수석실 비공식 회의에 참석한 이들 중 홍 전 장관과 조 전 인사수석에 대해서는 올해 초 이미 조사를 마쳤다. 특히 조 전 인사수석은 이번 임 전 비서실장처럼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이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입건됐다.
검찰이 2020년 국민의힘 의원과 한 시민사회단체 고발로 이번 수사를 시작한 이후 4년째 지속하면서 그동안 참고인 등 신분으로 조사받은 청와대 등 고위공직자 등만 줄잡아 10여명이나 된다. 홍 전 중기부 장관, 최수규 전 중기부 차관, 김우호 전 인사혁신처장, 김종호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주영훈 전 경호처장, 유송화 전 춘추관장, 조현옥 전 인사수석 등이다.
압수수색도 잇달아 이 전 의원 자택을 비롯해 세종시에 위치한 대통령기록관, 경남 양산시에 소재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씨의 자택, 중기부, 중진공, 인사혁신처 등이 타깃이 됐다.
최근에는 문 전 대통령 부부 계좌까지 압수수색 해 딸 다혜씨 가족의 생활비를 지원한 기간과 금액, 지원 중단 시기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문 전 대통령 부부가 결혼 후 일정한 수입원이 없던 딸 가족에게 생활비 등을 지원했다가 전 사위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한 이후 이를 중단한 것을 살피고 있다.
이상직 전 중진공 이사장이 임명 대가로 서씨를 타이이스타젯 임원으로 채용했다면 이 항공사에서 매달 받은 급여 800만원과 집세 350만원가량이 대통령 딸 가족을 위해 제공한 셈이 돼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를 두고 일부 정치권 등에서는 “먼지 털기식 정치 보복 수사”라고 비판하며 반발하고 있으나, 검찰 측은 “수사에 정치적 고려가 있을 수 없다”며 수사를 지속할 방침이어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