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전통시장 등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 내년도 발행을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리고 사용처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를 마치고 내년도 예산안에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를 역대 최대인 5조5000억원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전통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가맹제한업종도 현행 40종에서 28종으로 축소한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법’에 따라 전통시장 및 상점가, 상권 활성화 구역의 보호 및 활성화를 위해 2009년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유가증권이다. 종류는 지류, 전자(카드형), 모바일로 구분된다.
지난해 온누리상품권 집행률은 70%를 겨우 넘겼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23년 온누리상품권 발행(판매) 연간 목표치는 4조원이었지만 실제 발행액은 2조8536억원(약 71%)에 그쳤다. 목표치보다 약 1조1464억원이 못 미치는 액수다.
주변에 시장이 있어도 온누리상품권을 쓰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모습이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주부 김모(51)씨는 “상품권을 액면가보다 할인해서 파니까 과일이나 고기 등 시장에서 살 게 많은 명절에는 사는 사람이 좀 있지만, 시장이 있는 동네인데도 주변에 굳이 평소에 쓰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온누리상품권의 낮은 인기에는 상품권 구매 시 불편함도 한몫했다. 김씨는 “새마을금고나 농협 등 지정된 곳에 가서 상품권을 사야 하는데 판매처가 많지 않아 멀리 가야 하는 문제도 있다”며 “모바일이나 카드형 상품권도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지만 잘 몰라 사용해 본 적은 없다”고 했다.
실제 중기부와 소진공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누리상품권은 지류형이 2조1184억원, 모바일 3389억원, 카드형 3963억원이 발행됐다. 지난해 목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카드형 발행률은 지류의 5분의 1 수준으로 낮았다.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은 소비자가 보유한 카드를 온누리상품권 모바일 앱에 등록해 상품권을 구매한 뒤 실물 카드결제 방식으로 사용하는 형태다.
사용처가 시장으로 제한되는 온누리상품권보다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을 늘리는 편이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충남 당진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20대 소상공인 심모씨는 “우리 매장은 온누리상품권 사용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역화폐로 결제하는 손님이 많은데, 차라리 지역화폐 발행을 지원해 주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31일 지역화폐 국비 편성액을 전액 삭감한 내년도 예산 요구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어쨌든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책을 내놓은 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을 비롯한 지역상권 활성화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데다 체감 물가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액면가보다 5∼1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추가 환급 행사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예산은 정부가 부담한다.
인천 중구 한 시장에서 수산물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유모(67)씨는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하면 구매하는 손님은 늘어난다”며 “재래시장엔 무조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같은 시장 수산물 판매업자 윤모(62)씨는 “단순하게 보면 도움이 되긴 한다”면서도 “투자하는 세금 대비 효율이 나오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누리상품권 행사가 있을 때만 수요가 많고 그렇지 않을 땐 오히려 상인들이 도매 구매할 때나 쓰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