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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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금리 인하 앞두고 변동성 커진 환율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과 함께 글로벌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20원대를 터치했다. 원·달러 환율이 132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3월 하순 이후 5개월 만이다. 코스피도 약 2주 만에 장중 2700선을 넘어섰지만 이후 상승분을 반납하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금리 인하 불확실성에 출렁이는 원·달러 환율

 

20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원 내린 1331.8원에 개장한 뒤 오전 10시7분쯤 1325.2원까지 내려갔다. 이는 장중 저가 기준 지난 3월21일(1321.9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후 환율은 소폭 반등하며 1330원선을 중심으로 등락하다가 오후 3시30분 현재 1333.2원을 기록했다.

 

이달 6일 원·달러 환율이 1377.6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날 장중 저가 기준 2주 사이 52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배경으로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폭 확대 기대감이 꼽힌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빅 컷(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수그러들었지만, 주택지표 부진 등 일부 실물지표 둔화로 미 연준이 9월을 시작으로 두 차례가 아닌 세 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잭슨 홀 회의(현지시간 22∼24일)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강한 시그널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해지며 뉴욕 증시는 8거래일 연속 반등했고, 달러 가치는 7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면서 촉발된 ‘트럼프 리스크’가 다소 완화된 것도 미 국채 금리를 하락시키며 달러 약세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해 단기적으로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 폭을 완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신한투자증권 김찬희 연구원은 “연초 이후 외국인 달러통화선물 롱 포지션(매수)이 4조2000억원으로 코로나 이후 최대 수준으로 누적됐으나 지난 14일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미국의 잭슨 홀 회의와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1조6000억원 가까이 청산되며 원·달러 환율 급락을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엔화와 위안화 강세 속에 원화만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가 키 맞추기를 하는 과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달러 환율 급락세가 계속 이어지기보다는 완만한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현재 달러 인덱스가 102포인트 초반으로 1월 초 수준까지 내려왔는데 당시 원·달러 환율은 1300∼1320원이었다”면서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1330원대 수준에서 10∼20원 더 떨어질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 미국의 고용지표가 8월처럼 안 좋으면 경기침체 우려로 증시가 다시 조정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고용이 크게 꺾이지 않고 적당히 둔화되고 미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우리 증시도 크게 조정받지 않고 원·달러 환율도 지금보다 더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0.83% 오른 2696.63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 초반 2700선을 돌파했으나 이후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상승분을 반납했다. 코스피가 장중 2700선을 터치한 것은 지난 2일 이후 약 2주 만이다.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에 KB금융(+3.33%), 신한지주(+2.10%), 삼성생명(+4.38%), 하나금융지주(+2.54%), 메리츠금융지주(+1.65%) 등 금융주가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도 이날 1.28% 상승한 787.44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추가 인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20일 경기 수원시의 한 은행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 다음달, 수도권 주담대 한도 줄어든다

 

다음달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적용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금리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역에는 더 높게 반영된다. 수도권에 집을 살 경우 대출 한도가 비수도권보다 수천만원 줄어드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9월1일부터 수도권의 은행 주담대에 스트레스 금리를 1.2%포인트 적용하는 2단계 스트레스 금리 규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예정됐던 0.75%포인트보다 상향된 수준으로,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가 수천만원 줄어들 수 있다. 비수도권 주담대와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기존 계획대로 0.75%포인트 스트레스 금리가 가산된다.

 

스트레스 금리는 DSR을 산정할 때 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26일 은행권 주담대에 1단계 스트레스 금리 0.38%포인트를 적용한 뒤 7월에 2단계 스트레스 금리를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황 등을 이유로 2단계 적용 일정을 두 달 연기했다. 그 결과 가계대출을 더 키웠다는 비판이 일자 금융당국은 수도권 집중 대출규제라는 강수를 뒀다.

 

연 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은행에서 연 4.5% 변동금리로 30년 만기 대출을 받을 경우 현재는 1단계 스트레스 금리(0.38%포인트)가 적용돼 최대 3억15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다음달부터 수도권은 2억8700만원, 비수도권은 3억200만원으로 줄어든다. 2단계 스트레스 금리가 수도권은 1.2%포인트, 비수도권은 0.75%포인트 적용되기 때문이다.

 

연 소득 1억원인 차주가 수도권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는 현재 최대 6억3000만원의 대출이 나오지만 다음달부터는 5억7400만원으로 대출 한도가 5600만원 줄어든다. 같은 소득 기준 비수도권 주담대는 대출 한도가 기존보다 2600만원 감소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9개 은행장들과 만나 DSR에 기반한 가계대출 관리를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9월부터 은행권은 모든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내부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고 내년부터는 이를 기반으로 은행별 DSR 관리계획을 수립·이행해야 한다”며 “가계부채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시 DSR 적용범위를 확대하거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등 추가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이복현,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 엄정대응 지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한 350억원대 우리은행 부당대출 의혹에 대해 엄정대응을 지시했다.

 

이 원장은 20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과 관련한 우리은행의 대응 행태에 대해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우리은행 부당대출 건은 제왕적 권한을 가진 전직 회장의 친인척에게 수백억원의 부당대출이 실행되고 그 결과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사안”이라며 “은행 내부 시스템을 통해 사전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어야 하며 엄정한 내부감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조치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은행은 올해 1월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대출 사실을 인지하고 내부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이를 보고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이 수시검사에 나선 이후에야 수사기관에 관련자들을 고소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우리은행에서는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 처남 등 친인척에 616억원(42건) 규모 대출이 실행됐다. 금감원은 이중 350억원(28건)을 부적정 대출로 봤다.

 

이 원장은 “기관 자체의 한계 등으로 문제점을 밝혀내지 못할 경우, 계좌추적권, 검사권 등이 있는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 등에 신속히 의뢰해 진상을 규명해냈어야 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금감원은 22일부터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도 착수할 예정이다. 이는 3년마다 이뤄지는 검사로 약 6주간 내부통제 실태를 비롯해 경영 전반을 살펴본다.

 

특히 국민은행에서는 지난해 증권대행 부서 소속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사전 취득해 127억원대 부당이익을 거둔 사실이 적발됐다. 올해도 은행 직원들이 실제 할인 분양가가 아닌 최초 분양가를 기준으로 담보가치를 부풀려 100억원 이상의 대출을 내준 배임사고 3건이 적발돼 내부통제의 허점이 지적됐다. 올해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을 가장 많이 판매한 금융사도 국민은행이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