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석조물 곳곳이 손상돼 보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복궁 중심 건물이자 국보인 근정전과 경회루 일대 석조물에 물리적 손상과 변색 등이 발견된 것이다.
21일 김지영 헤리티지포올 책임연구원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주최로 29일 열리는 학술대회에 앞서 공개한 자료집을 통해 향후 보존 조치와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집중 관리’가 필요한 3곳을 꼽았다. 김 연구원은 “경복궁 내 석조 조형물의 손상도를 평가한 결과, 물리적인 손상도가 가장 높은 구역은 근정전과 품계석, 경회루 구역”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경복궁 안에 있는 조각상, 난간 등 총 915점의 손상 현황과 특성을 조사했다. 조형물이 있는 영역에 따라 18개 구역으로 구분하고 현미경 관찰, 엑스(X)선 분석 등을 거쳐 물리적 손상과 변색 손상 정도를 등급으로 나눠 점검했다.
경복궁 내 석조 조형물 부재 915점 가운데 35.5%에 해당하는 325점에서 박리·박락 현상이 확인됐다. 균열은 220점(24.0%), 탈락은 195점(21.3%)에서 각각 발견됐다. 계단 주위 난간 기둥에 여러 동물상이 조각된 근정전의 경우 균열, 탈락, 박리·박락, 흑색 변색, 생물 발생 등 각종 손상이 발생한 부재가 총 432점에 달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근정전 관람을 일부 제한할 방침이다. 근정전 구역은 물리적 손상과 변색·생물에 의한 손상 정도를 평가한 결과에서 보존 관리의 시급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궁능유적본부는 최근 “석조물의 손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9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근정전 월대(越臺, 月臺) 출입을 제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당분간 관람객들은 근정전 마당에서만 관람해야 한다.
앞서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의 ‘2023년 국가지정 건조물 문화유산 정기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창덕궁 금천교 경복궁 아미산 굴뚝도 균열 현상이 확인돼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지난 3월 긴급보수를 통해 탈락과 균열, 이격 부위 등에 대한 보수를 진행한 바 있다.
경복궁은 국내 4대 궁과 종묘 중 가장 인기 있는 명소로, 외국인도 많이 찾는 곳이다.
올해 상반기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 등 4대 궁과 종묘를 찾은 관람객은 총 655만7307명이다. 이 가운데 경복궁을 찾은 사람이 총 321만1876명으로 거의 절반에 달한다.
해당 기간에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은 총 104만470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배에 달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