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 결과를 조만간 이원석(사진) 검찰총장에게 보고할 예정인 가운데, 김 여사 ‘특혜 조사’ 논란으로 수사팀과 갈등을 빚은 이 총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외부 판단을 구할지 주목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팀이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건 최재영 목사가 윤 대통령의 직무 관련 대가를 바라고 김 여사에게 금품을 전달한 게 아니라, 개인적인 사이에서 감사를 표하며 선물을 주고받았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공여자 측인 최 목사는 지난 5월 두 차례의 검찰 조사에서 샤넬 화장품 선물은 윤 대통령 취임 기념 국빈 만찬 초대에 대한 순수한 감사 의미였으며, 나머지 선물은 김 여사를 만나려는 수단으로 준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검찰은 최 목사가 선물을 건네기 전후로 부탁한 △통일TV 송출 재개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 국정자문위원 임명 △김 전 의원 국립묘지 안장 등도 부탁 시기나 과정, 내용상 ‘청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를 보좌하는 행정관 선에서 부탁을 거절하거나 절차상 안내만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여사와 대통령실 행정관들은 검찰 조사에서 디올 가방은 받은 즉시 반환을 지시했으며 사용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샤넬 화장품은 거절하기 어려워 받았으며 양주는 경호 지침에 따라 폐기했다고 진술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배우자가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이와 관련해 배우자를 처벌할 규정은 없다. 공직자는 배우자가 직무 관련성 있는 금품을 수수했을 경우 소속 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윤 대통령이 신고할 의무도 없다.
검찰 안팎에선 이 지검장이 대검 주례 정기 보고가 있는 22일 이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관건은 이 수사 결과를 보고 받은 이 총장이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할지 여부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팀이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불거진 만큼, 이 총장이 수사 결과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검에 설치된 수사심의위는 무작위로 선정된 외부 전문가 위원 15명으로 구성돼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과 적법성 등을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위원회 의견에 강제력은 없지만, 수사심의위 결정이 검찰 결론과 같다면 수사 결과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다만 이 총장 퇴임일인 9월15일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 총장이 수사심의위를 소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10·29 이태원 참사’ 등의 사례를 보면, 수사심의위는 검찰총장의 소집 결정부터 결론이 나올 때까지 통상 10여일이 소요됐지만, 기간은 사안별로 다를 수 있다. 2021년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의 경우 소집까지 40일 넘게 걸렸다.
김 여사에게 선물을 준 최 목사는 이날 “잠입 취재란 이유로 김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한다면 납득은 하겠으나 직무 관련성을 부인하고 청탁도 아니라는 이유라면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선물을 줄 때는 여러 의미가 섞여 있는 것”이라며 “(본인) 스스로 청탁이라 생각하는데 이게 청탁이 아니면 어떤 것들이 청탁이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