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종다리’가 예상보다 일찍 소멸됐지만, 수도권에는 21일 오전에만 100㎜가 넘는 비를 뿌리면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태풍이 몰고 온 고온다습한 수증기의 영향으로 처서인 22일 이후에도 전국에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종다리는 전날 오후 9시쯤 열대저압부로 약화된 뒤 이날 오전 9시쯤 인천 강화군 북동쪽 육상에서 온대저기압이 되며 소멸했다. 태풍의 영향으로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충남 서산에는 137.6㎜, 경기 동두천에는 121㎜의 비가 쏟아졌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 불면서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졌다. 전남에서는 태풍을 피해 신안군 흑산도에 입항했던 어선 선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51분쯤 신안 흑산도 예리항 수협위판장 입구 앞 해상에 사람이 떠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해경은 연안구조정을 급파, 심정지 상태의 60대 선원 A씨를 발견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숨졌다. A씨는 43t 근해채낚기 어선 선원으로, 태풍 피항차 흑산도에 입항했다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자세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인천에서는 서해 기상 악화로 섬을 잇는 14개 항로 가운데 백령도, 덕적도 등 9개 항로 11척의 발이 묶였다. 거센 비바람이 몰아친 강화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오전 8시 기준 시내 도로 4곳에서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하천 주변 산책로 13곳도 출입이 차단됐다.
서울에서는 오전 7시11분쯤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300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가 오전 8시20분쯤 복구됐다. 한국전력공사는 쏟아지는 비바람에 무거워진 가로수가 개폐기와 접촉하면서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종다리가 소멸함에 따라 이날 오후 3시부로 호우·태풍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관심’ 단계로 하향 조정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해제했다.
비가 쏟아졌지만 밤사이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아 서울 등 대부분 지역에서 열대야가 나타났다. 서울은 지난달 21일부터 31일째 열대야가 나타나 ‘최장 열대야’ 기록을 하루 더 연장했다. 제주는 37일째 열대야가 이어졌다. 부산은 이날 새벽 기온이 24.7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장 열대야 기록이 26일에서 멈췄지만, 22일 아침 최저기온이 28도로 예보돼 하루 만에 다시 열대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22일은 절기상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이지만, 더위는 가시지 않은 채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