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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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등 동심 속 슈퍼 히어로를 해학적으로 다뤄 ‘웃음’ 선사하는 박우성 작가

“어, 담배 피우는 원더우먼 아줌마네! 아이언맨은 완전 배가 나온 중년 아저씨잖아!”

 

이달 초 세텍에서 열린 ‘2024 뱅크아트페어 BAF (BANK ART FAIR)’ 에서 박우성 작가의 작품 전시 부스를 찾은 관람객의 반응이다.  

 

아이언맨. 박우성 作

어릴 적 TV나 영화를 통해 동경해온 원더우먼이나 아이언맨이 박우성의 작품 속에서는 더는 ‘슈퍼 히어로’가 아니다. 원더우먼은 세파에 시달려 산전수전 다 겪은 중년 여성의 모습이다. 담배를 물고 신세 한탄을 하는 듯하다. 아이언맨은 불룩 나온 배와 짧은 다리에 천생 중년 아저씨다. 제대로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관람객은 그의 작품을 통해 전성기 시절을 잊어버리고 세월의 풍파를 정면으로 맞선 지극히 현실적인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씁쓸하면서도 정감이 든다. 

 

작가에 따르면 어린 시절에는 원더우먼이나 아이언맨과 같은 우상으로 여겼던 슈퍼 히어로들을 보면서 “영웅이 되고 싶다”는 상상을 했었고, 언젠가는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성인이 돼 현실 속에서 전전긍긍하다 보니 어릴 적 상상들은 그저 그 시절 달콤한 상상이었을 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박우성은 아이언맨, 원더우먼, 스파이더맨 등 동심의 히어로를 팍팍한 현실에 빗대 희화화함으로써 고단한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자신의 능력을 잃어가는 장삼이사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보여주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원더우먼. 박우성 作
스파이더맨. 박우성 作
변기 위의 헐크. 박우성 作

박우성 “나는 웃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웃게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서로 웃으며 즐거워하는 분위기가 좋기 때문이다. 영웅의 캐릭터를 이용해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희화화한 내 작업을 통해 관객이 재미를 느끼고 웃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뱅크아트페어에서 인상적인 작품으로 관람객의 관심을 끈 그는 11월 인천 아시아 아트쇼에 참가해 아이언맨 등 기존 작품 외에 ‘배트맨’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