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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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의·우파 포퓰리즘의 사상지도

영원의 전쟁/벤저민 R. 타이텔바움/김정은 옮김/글항아리/1만9800원

 

스티브 배넌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정책 조언을 해온 극우 전략가이며, 트럼프 선거 캠페인의 수석 전략가다. 알렉산드르 두긴은 러시아의 정치철학자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브레인’이다.

배넌과 두긴, 두 인물은 트럼프와 푸틴이 이끄는 우익 정치의 중심에 들어서 있다. 둘의 공통점은 많다. 소프트파워(설득의 수단으로서 돈이나 권력 등의 강요가 아닌 매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능력)를 행사하고, 문화와 지성주의를 통해 영향력을 끼치려 한다. 둘 다 정부를 위해 일하고, 공통된 목적은 이민 축소와 유럽연합의 파괴다. 물론 차이점도 있는데 배넌은 서구 유럽의 온건한 우익 정당에 침투하려는 반면, 두긴은 더 급진적인 반페미니즘·반민주주의 우익에 손을 뻗으려 한다.

벤저민 R. 타이텔바움/김정은 옮김/글항아리/1만9800원

이 두 사람을 만난 저자는 “배넌은 미국의 두긴이고, 두긴은 러시아의 배넌이다. 두 사람 모두 전근대 사회의 가치를 부활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마침 세계는 극우의 흐름에 휩쓸리고 있었다. 그 아이콘이자 핵심 권력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미국의 트럼프와 러시아의 푸틴에게서도 전통주의 낌새가 감지되고 있다.

‘전통주의’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난 중세의 종교적 전통을 고집하는 사상적 흐름으로, 18~19세기에 태동해 100여년간 지하에서 겨우 명맥을 이어온 철학적·영적 입장이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반이민주의적 내셔널리즘과 결합해 이데올로기적 급진주의로 흐르고 있다. 저자는 바로 이 흐름을 쫓아 두 명의 거물급 인물의 정신세계를 탐구, 오늘날 급부상하는 전통주의·우파 포퓰리즘의 사상지도를 그려낸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