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가운데 누가 정권을 잡든 대중국 강경 기조는 계속될 예정이다. 대중 정책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미세한 온도 차이는 있지만, 집권 초반 선명성 강조를 위해 중국과의 대립구도가 격화할 수 있는 만큼 한국 정부와 기업으로선 미·중 갈등 구도 속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강정책을 분석하면 민주당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로 규정했고, 공화당은 중국과의 ‘전략적 독립’(strategic Independence)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유지해온 중국으로부터의 위험 제거 또는 위험 줄이기로 풀이되는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을 구사할 것을 예고하고, 정강정책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갈등은 추구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공화당은 사실상의 중국과의 고립, 단절을 의미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전략으로의 회귀를 예고하며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중국 수입품에 대한 60% 이상의 관세 인상을 예고했다. 60% 이상 관세 인상 내용을 정강정책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에 대한 최혜국 지위 철회, 중국산 필수재화(전자제품, 철강, 의약품) 수입 단계적 중단, 중국인의 미 부동산 및 기업 구매 금지, 중국산 차량 수입 금지 등을 적시했다.
민주당은 정강정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중국산 제품 관세 인상 조치가 물가 상승을 부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행위에 맞서고, 미국의 이익을 해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며, 21세기에 핵심 물자와 기술에 대한 공급망을 재건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민주당은 인도태평양 전략 분야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오커스(AUKUS:호주·영국·미국의 안보협의체), 쿼드(Quad:미국·호주·인도·일본의 안보협의체) 협력을 강조하고, 한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을 통한 ‘워싱턴선언’, 한국과 미국, 일본의 캠프데이비드 3자 정상회의를 성과로 평가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 규합을 통한 대중국 견제 노력을 유지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만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하나의 중국’ 정책에도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는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방어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만이 방어를 위해 우리에게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과 한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국을 대상으로 방위비 분담 압박을 높이고 있는 만큼 집권 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민주당보다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중 정책이 더 까다로울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경제 영역이나 기술 분야에서 훨씬 강한 압박과 제약을 가하면서 한국 정부나 기업의 동참을 요구할 수 있고, 우리 정부와 기업이 불가피하게 동참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중국과의 협력 기조 자체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중 정책에서 민주당은 바이든 때와 별 차이가 없고, 공화당은 더 강경해질 것이라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면서 “그 말은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 미·중 사이에서 미국 눈치를 보느라 어려움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이나 일본, 대만 같은 나라를 끌어들일 텐데 현재 세계는 굉장히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하고 리스크도 크다”며 “이럴 때는 리스크를 분산시키려는 노력이 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다 알고 있다”며 “다만 한·미동맹을 이유로 의도적으로 중국을 적대하지 않음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국제안보통일연구부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연장이 되든, 트럼프의 재집권이든 한국이 가야 할 길은 미국과의 동맹에 좀 더 확실히 우선순위를 두는 정책이어야 한다”며 “미·중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세력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 부장은 다만 “한국이 (미국의 대중 정책에) 완전히 동조화된 형태의 정책을 펼 수는 없는 것”이라며 “우리의 자체 경제이익도 있고 북한 문제를 다루는 것도 있기에 중국과 협력을 유지하는 기조는 갖고 가야 하며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