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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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가격 올릴 수 밖에"… 배민 수수료 급등에 점주들 비명

배달 수수료 기존 3%P 올린 9.8%
부담 느낀 점주들 대통령실 앞 집회
“앱별 가격 이원화”… 가계부담 우려

“배달의민족(배민)에서 접수된 주문은 가게주문이나 지역공공앱 주문보다 음식값을 비싸게 받고 있습니다. 배민 수수료가 너무 올라서 음식 가격에 차이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배달라이더와 상점주, 시민사회공동항의행동 활동가들이 2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배달플랫폼 규제 촉구 집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시스

4년차 야식 전문점 사장 김준형(34)씨는 이달부터 2만5000원짜리 메뉴를 배민배달로 주문할 경우 2만7000원에 팔고 있다. 이달 9일 배민이 중개수수료를 기존보다 3% 올린 9.8%로 변경한 데 따른 조치다. 김씨는 “(배달 플랫폼이) 사장한테는 가게 배달을 포기하도록 종용하면서 자기들 배달 서비스를 쓰면 음식값의 거의 30%를 가져간다”며 “주변에 벌써 음식값을 1000원, 2000원씩 높였다는 사장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배달 플랫폼에 입점한 사장들이 모인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 모임’(공플사)이 22일을 ‘배달음식 가격 차등 적용의 날’로 지정하고 수수료 수준에 따라 음식값을 차등 설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민간 배달 플랫폼들이 수수료를 가파르게 인상하자, 식당들이 소비자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음식값을 인상한 것이다. 700명가량의 공플사 점주들은 플랫폼 수수료와 배달비가 현실적 수준으로 인하될 때까지 차등 적용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는 공플사와 라이더유니온 등 시민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정부의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계속되는 불공정 행태와 라이더(배달 노동자)·점주의 못살겠다는 아우성에도 자율규제를 고수하는 것이 맞느냐”고 지적했다.

 

공플사는 배달앱을 3개 등급으로 나눠 가격 인상 폭을 정하는 배달 플랫폼 입점업체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수수료가 가장 높은 배민의 배민배달·쿠팡이츠(수수료 9.8%), 요기요의 요기배달(9.7%)에선 가격을 최저가 대비 15∼25% 올리기로 했다. 노크(5.8%) 등에선 10% 안팎, 배달 수수료가 제일 저렴한 지역공공배달앱과 배민 가게배달 등에선 기존 가격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배달 기사들이 음식을 가져가고 있는 모습. 뉴스1

공플사는 “수수료가 낮은 채널에서는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수수료가 높은 채널에서는 수수료만큼의 음식값을 책정해서 팔겠다는 것”이라며 “충분히 합리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같이 음식값을 차등할 경우 쿠팡·배민으로부터 우대 조치가 박탈될 것이라는 경고를 여러 차례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쿠팡으로부터 배민 가게배달 가격과 쿠팡 가격을 동일하게 설정하지 않으면 ‘와우 멤버십’에서 제외하겠다는 전화와 문자를 계속 받았다”면서 “와우 멤버십에서 제외되면 하루에 주문 100개를 받던 집에 10개가 오는데, 이걸 인질 삼아 플랫폼이 배달하는 서비스를 가게가 직접 배달할 때와 같은 가격으로 맞춰 달라는 건 부당한 최혜 대우 요구”라고 주장했다.


윤솔·이예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