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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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껌 주면서 '잘 쓰세요'라고만"…이러니 금연클리닉 외면

[금연! 이제 다 바꾸자⑦] 금연 성공률 3~5%…금연시도율도 ‘뚝’
금연치료제 복약 지도 아쉬워…전문성 떨어지는 국가지원서비스

[편집자주] "담배? 끊긴 끊어야지."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말이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뻔히 알지만 '난 괜찮겠지'라는 자기 확신에, 참을 수 없는 욕구에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문제는 담배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졌고 흡연자들의 금연 의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금연정책도 이런 세태에 발맞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뉴스1이 국내 흡연 실태와 금연 정책을 돌아보고 흡연자를 금연의 길로 인도할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서울시내 거리에서 시민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매년 연초가 되면 '작심삼일'(作心三日)의 대명사가 되는 금연. 실제로 흡연자의 절반가량이 금연을 시도하지만 강력한 니코틴 중독 때문에 금연 성공률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니코틴 중독을 치료하고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금연치료제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복약지도가 아쉬운 상황이다. 금연을 돕기 위한 국가금연서비스도 전문성이 떨어지면서 흡연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흡연자의 금연 시도율은 42.9%로 2020년 46.8%보다 약 4%포인트(p) 감소했다.

 

◇100명 5명만 금연 성공…금연 어렵자 시도율도 떨어져

 

금연 시도율이 떨어진 것은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의 출현과도 연관이 있지만 그만큼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금연에 성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약학정보원의 2023 금연임상진료 지침에 따르면 본인 의지만으로 금연을 1년 이상 유지한 사람은 3~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호식품으로 여겨지는 담배는 개인의 습관 문제가 아니라 담배를 피우면서 니코틴에 중독되기 때문에 담배를 끊게 되면 니코틴 금단 증상이 이어져 금연 의지를 꺾게 한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흡연을 니코틴 중독에 의한 질환으로 보고 금연을 위해서는 금단 증상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니코틴은 살충제·제초제 등에 주로 쓰이는 물질로,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면 총 2~3㎎의 니코틴이 연기와 함께 흡입된다. 니코틴에는 중독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중독되면 두통, 오심, 구토, 혈액순환 부전, 심장마비, 경련 등을 일으킨다.

 

◇금연치료제 금연성공률 60%…사용법은 '알아서'

 

금연이 어렵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연 상담과 행동요법, 약물치료 등으로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2018년 코크란 리뷰에 게재된 '니코틴 대체 요법과 금연 조절 비교' 논문에 따르면 특히 1차 금연치료제로 불리는 니코틴 대체재(Nicotine Replacement Therapy, NRT)는 금연성공률을 50~60%까지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코틴 대체재는 체내에 무해한 순수 니코틴만을 공급해 혈액 속 니코틴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금연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니코틴 대체재에 포함돼 있는 순수 니코틴은 그 양이 많지 않아 중독 상태에 이르기 어려워 금연 껌 중독 등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서는 니코틴 대체재를 금연 1차 치료제로 허가하기도 했다.

 

니코틴 대체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니코틴 껌과 패치, 로렌즈(사탕) 등 3가지 형태가 있다.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이나 보건소 등에서 처방 없이 쉽게 구할 수 있고 금연을 시도한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접했을 법한 니코틴 대체재지만 정작 제대로 된 니코틴 대체재 사용법을 안내해 주는 곳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2021년 12월~2022년 3월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가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보건소 금연상담사 5명과 NRT 사용 경험이 있는 흡연자 24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니코틴 껌의 경우 사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흡연자는 거의 없었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보건소 금연상담사, 약사도 니코틴 껌 사용법을 알려주는 경우는 없었다고 답했다.

 

보건소 금연 상담을 이용한 20대 남성 흡연자는 "상담 시간이 길지 않아서 껌 주면서 '잘 쓰세요' 정도 안내받았다"고 말했다.

 

약국에서 직접 니코틴 껌을 구매한 40대 남성 흡연자도 "약국에서 그냥 껌처럼 씹으라고 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니코틴 껌의 올바른 사용법을 보면 그냥 껌처럼 씹어서는 안 된다. 니코틴 껌은 흡연욕구를 느낄 때마다 1회 30분간 섭취하는데 니코틴 방출을 위해 10회 정도 천천히 씹다가 강한 맛이나 얼얼한 느낌이 나면 씹기를 멈춰야 한다. 껌 씹기를 중단한 경우 강한 맛이나 얼얼한 느낌이 진정될 때까지 껌을 잠시 볼 안쪽과 잇몸 사이에 두면 된다. 이후 진정되면 다시 천천히 30분간 계속 씹으면 된다. 다 씹은 껌은 30분간 씹은 후 뱉어야 한다.

 

껌을 씹을 때 주의할 점도 있다. 껌을 너무 빨리 씹어 니코틴이 많이 함유된 침을 삼킬 경우 울렁거림이나 딸꾹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천천히 쉬어가며 씹기를 반복해야 한다. 이후 껌의 맛에 익숙해지면 필요에 따라 씹는 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이용자, 3년 새 57% '뚝'

 

니코틴 대체재 사용이 개인적으로 금연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면 국가금연지원서비스는 정부 차원에서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국민금연지원서비스는 보건복지부, 전국 보건소, 17개 지역금연지원센터 등이 운영하는 금연클리닉, 금연 상담 전화, 금연캠프 등의 7개 프로그램이 있다.

 

문제는 국가 예산이 투입된 국민금연지원서비스의 참여도가 점점 감소하는 데 있다. 2018년 국민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이용자 비율은 약 544만 명의 금연 시도자 중 14.7%에 불과했다.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중 하나인 보건소 금연 클리닉은 2019년 35만 8955명이 이용했으나 2022년 15만 4702명으로 이용자가 20만 4253명(-56.9%) 줄었다.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 이용자도 2019년 28만 9651명에서 2022년 15만 5021명으로 13만 4630명(-46.5%) 감소했다.

 

국가금연지원서비스가 흡연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상담사의 형식적 상담 등 전문성 부족이 거론되고 있다.

 

보건소를 제외하면 전문성이 떨어지는 협회나 기관에서 금연지원서비스를 운영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지역 약국과 연계하거나 약사를 통한 금연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흡연자가 약국을 방문하면 금연 상담을 약사가 제공하고 약료 관리 시스템과 금연 환자 관리 시스템에 환자를 등록하고 약사에게 소정의 상담 수가를 지급하는 캐나다는 2019년 6개월 이상 금연율이 36%로 조사됐다. 이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흡연자의 6개월 이상 금연율 7%보다 높아 약국을 활용한 금연지원서비스가 금연율을 높이는 데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의 경우 정책적으로 금연성공률이 높은 니코틴 대체재의 사용률을 높이고 제대로 된 복용법을 안내하기 위해 '약사에게 물어보세요' 캠페인을 실시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사들이 복용법을 안내해 주려고 해도 소비자가 그냥 가는 경우도 있다. 듣지 않는데 붙잡고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금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캠페인을 통해 약사가 제대로 된 니코틴 대체재 복용법을 안내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