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최민식의 ‘티켓값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에 출연료를 영화관에 기부해봤냐며 되물었던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가 최민식이라는 인물이 아닌 발언의 비논리성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나는 그의 소신 발언 자유를 공격한 게 아니다”라며 “표현의 자유를 누구보다도 옹호하는 자유주의자”라고 우선 말했다. 이어 “그의 소신 발언은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언론에 크게 보도됐고, 그는 그 메시지가 들려지기를 원해서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공론의 장에 나온 이야기를 비판하는 것과 그런 발언을 하지 말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최민식을 겨냥했던 반문은 전자라는 주장으로 해석됐는데, 이후 이 교수의 화살은 이른바 ‘반(反)기업 선동’에 초점을 맞췄다.
이 교수는 “한국 영화가 이처럼 커지고 배우들이 대접받는 시절이 온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대기업이 국민 소득 수준에 걸맞는 극장 사업을 벌여왔고, 넷플릭스와 같은 기술 기업이 등장했기 때문”이라며 “영화관과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이 없다면 영화산업도 배우의 고수입도 한류 열풍도 없다”고 짚었다.
이 대목에서 “내가 비판한 것은 가격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이라며 “영화 관람료를 비싸다고 내지르기 전에 지금 극장 사업을 하는 그 기업의 재무제표라도 한번 살펴봤나”라는 질문을 이 교수는 던졌다. 그러면서 “그들의 수익성이 얼마나 된다고 영화표 가격 올려서 독과점 초과 이익을 내는 양 주장하는 것인지 한심해서 한 소리였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영화관 사업이 팬데믹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업체의 부상, 최저 임금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는 일반 시민보다 본인이 더 잘 알 것 아닌가”라고도 물었다.
계속해서 “내가 빈정댄 건 반기업 선동이지만 소신 발언의 성격이기도 하다”며 ‘강남 좌파’ 표현을 꺼내들었다. 남의 돈으로 선심 쓰는 발언을 하고 박수와 주목을 바란다는 지적으로, 영화 티켓값 인하 요구로 그 회사 주주들에게 부담을 주면서 정작 인심은 본인이 쓴다는 비판이다. 이를 “정치인의 전형적인 공치사이고 강남 좌파들 위선 언어의 전형”이라고 이 교수는 정의했다.
나아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때 왜 부담을 남이 지라고만 하느냐는 것”이라며 ‘기부라도 해봤느냐’던 반문의 의미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최민식 발언에 대한 반박의 형식이지만 그가 들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외부에서 통제하려는 압력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우리 사회를 향한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17일 MBC 대담 프로그램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최민식은 ‘영화가 죽어가고 있다’는 방청객의 문제 제기에 “극장 (티켓) 값도 많이 올랐잖나. 좀 내리라”며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갑자기 확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라고 답했다.
최민식은 티켓 가격이 1만5000원으로 오른 것을 거론하고 “(그 돈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앉아서 여러 개를 보지, 발품을 팔아 (극장에서) 여자친구랑 데이트하면 (이것저것 다 합해) 10만원이 훌쩍 날아간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극장도) 코로나 때 죽다 살아난 사람들이라 (티켓 가격 인상이) 심정적으로 이해는 된다”고 덧붙였다.
영화계에서 비중이 큰 인물이어서 최민식 발언은 더욱 주목됐는데 유튜브 영상에는 “(영화 상영) 두 시간에 1만5000원은 비싸다”는 찬성 댓글과 “배우 출연료도 내려야 한다”며 문제가 다른 데 있다는 댓글 등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