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23일 외국인 가사관리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국내법과 국제 협약 등을 고려하면서 불법 체류 등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를 토대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와 대통령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외국 인력 활용 사업을 시범 추진하고 있고, 이를 통해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를 중심으로 시범사업 중인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경우 국제노동협약에 따라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며 “사적 계약은 추진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는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오세훈 시장이 정부에 제안하며 추진됐다. 오 시장은 해당 사업이 비용 문제로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자 외국인 가사관리사 월급을 최저임금 이하로 책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한 상태다.
이는 개인 간 사적계약이 아닌 정부 간 협상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로,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내국인과 같은 시간당 최저임금(올해 9860원)을 적용받아 하루 8시간 전일제 근무 시 월 238만원을 받게 된다. 필리핀 현지 근로자 평균 임금이나 싱가포르, 홍콩 등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임금 보다 높은 수준이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일부 국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국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 홍콩에선 가사도우미에게 월 최소 77만원, 싱가포르에선 40만∼6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는 내∙외국인 임금 차별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때문에 최저임금을 보장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시급이 높은 다른 일자리를 찾는 등 불법 체류를 시도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외국인에 대한 임금 차등은 국제 규약 위반이자 부당한 차별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국의 저출생∙고령화 심화로 외국인 인력 확대가 불가피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찬반이 극심하게 대립하는 만큼 장기적인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황교안 대표가 외국인 인력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안했을 때는 진지한 논의 대신 정쟁거리로만 소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