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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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 대신 영묘향?’… 진화하는 우황청심원

우황청심원의 핵심 원료 ‘사향’
효능 뛰어나지만 구하기 어렵고 값비싸
사향과 동등한 효능 ‘영묘향’
합리적인 가격의 ‘L-무스콘’ 등 대체물질 대안

“아침부터 놀라셨을텐데... 우선 다들 우황청심원 한 모 금 씩 들이키시고요. 왜냐면 제가 그랬거든요. 아침에 심장이 벌컥벌컥 뛰어서 한 모금 했거든요.”

 

우황청심원 제품 사진 : 좌측부터 사향 함유 광동우황청심원(환, 액제), 영묘향 함유 광동우황청심원(액제, 환)

 

최근 유명 연예인 커플의 열애소식이 보도되었을 때 해당 연예인이 팬 카페에 남긴 글 중 일부다. 크게 놀라거나 긴장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우황청심원’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한방의약품이다.

 

근데 막상 약국에 가서 우황청심원을 구매하려고 하면 성분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우황청심원은 종류별로 어떻게 다르며 나에게 맞는 우황청심원은 무엇일까?

 

◆ 우황청심원 핵심 원료 ‘사향’, 금보다 비싸

 

최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고혈압과 당뇨를 관리하기 위해 사향노루에서 추출한 사향을 링거로 맞고 효과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는 소식이 국가정보원을 통해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사향은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에 효과적이라는 논문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사향을 정맥에 투여했던 부분은 굉장히 유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해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때 언급된 사향이 바로 우황청심원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 중 하나다. 예로부터 고가의 한약재로 취급돼왔던 사향은 수컷 사향노루의 배꼽과 음경 사이에 있는 호르몬 주머니에서 채취한 원료다. 사향노루 한 마리에 30g 밖에 얻지 못해 금보다 비싼 진귀한 약재로 분류된다.

 

◆ 사향과 같은 생약성분 ‘영묘향’, 효능 동등하고 안정성 높아

 

사향은 효능이 우수하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 협약(CITES)에 따라 허가된 양만 수입할 수 있어 수급이 어렵고 값이 비싸다. 이 대안으로 주목 받는 성분이 바로 사향과 같은 생약성분의 영묘향이다. 영묘향은 사향고양이의 향낭에서 추출한 원료로, 사향고양이는 사육이 가능하고 살아있는 상태에서 채취할 수 있다.

 

또한 영묘항은 경희대 한방병원과 서울대 천연물연구소의 연구를 통해 사향과 효능이 동등함을 입증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저렴한 비용이 최대강점, 합성 ‘L-무스콘’

 

합성 L-무스콘은 의약품과 화장품의 원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천연 사향의 대체물질이다. 사향의 유효성분인 L-무스콘만을 따로 합성한 것으로, 국내서는 조선무약이 최초 대량 생산법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L-무스콘은 제조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빛을 받으면 공기 중으로 날아가 휘산(揮散)될 수 있어 장기 보존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사향의 40여 유효 성분 중 하나인 L-무스콘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이 사향 원물의 효능을 100% 대체한다고 보기는 다소 어렵다는 관점도 있다.

 

이처럼 우황청심원은 전통에 혁신을 더하며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다. 제조사들은 원재료인 사향에서 시작해 영묘향, L-무스콘 등 대체물질 개발까지 다양한 노력으로 소비자들에게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우황청심원 시장에서는 원료 경쟁력과 제조기술 혁신에 따라 제품의 입지가 결정될 것”이라며 “소비자들 역시 각 원료의 특성과 차이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