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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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수락한 해리스 "모든 미국인 위한 대통령 되겠다"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대선을 약 3개월 반 남기고 대선 후보가 된 해리스 부통령은 당선되면 미국에서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 최초의 아시아계 대통령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무대에 올라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유색 인종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된 해리스 부통령의 메시지는 ‘통합‘이었다. 그는 이날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의 나흘째 전당대회에서 “이번 선거로 우리는 과거의 쓰라림, 냉소, 분열적인 싸움을 극복할 수 있는 소중하고, 또 일시적 기회를 갖게 됐다“며 “나는 우리를 하나로 통합하고 경청하고 이끄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도 비욘세의 ‘프리덤’에 맞춰 등장한 해리스 부통령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상식적인 미국인을 위해 싸우는 대통령이 되겠다. 법정에서부터 백악관까지 이것은 내 인생의 과업”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권력을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조목조목 따지는 해리스 부통령의 모습은 마치 검사의 마무리 변론을 연상케 했다. “우리가 트럼프에게 다시 권력을 준다면 그가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라”,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을 석방하려는 그의 명백한 의도를 생각해보라”, “언론인∙정적, 또 그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을 감옥으로 보내려는 그의 명백한 의도를 생각해 보라”, “가드레일이 없는 트럼프를 생각해보라”, 그가 말할 때마다 전당대회장에 모인 민주당 대의원들과 관계자들은 함께 탄식하고 야유를 보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유층을 지지하고, 초당적 국경 법안을 저지하며, 전국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각 주에 여성들의 낙태에 대한 보고를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간단히 말해, 그들은(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두 번째)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각)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에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후 남편인 더그 엠호프(왼쪽),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그의 부인 그웬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AP뉴시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약 40분에 걸친 연설에서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설명했다. 그는 “중산층(middle class)이 나의 출신”이라며 소방관, 간호사, 건설 노동자 등으로 이뤄진 노동자 계급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시민권 모임에서 만난 이민자 부모 아래에서 자라면서 시민권 운동에 심취한 채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또 학창시절 친구가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고 분노했으며, 이것이 자신이 검사가 된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전당대회장 여기저기에서 여성 참석자들이 눈물 짓는 모습이 보였다. 다만 그는 자신이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대통령 후보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성장 배경을 설명한 그는 중산층 강화가 자신의 대통령직을 정의하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성공에 있어 강력한 중산층은 언제나 매우 중요했다“며 “트럼프는 중산층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 대신 그는 자기 자신과 그의 억만장자 친구들을 위해 싸운다”고 꼬집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자신의 외교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안보와 가치를 해외로 확산하는데 확고해야 한다”며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21세기 경쟁에서 이기고, 우리가 글로벌 리더십을 포기하지 않고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나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에 비위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미국을 온 마음을 바쳐 사랑한다”며 “미국,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지지하는지, 자유, 기회, 연민, 존엄성, 공정성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서로에게, 세계에 보여주자“는 말로 연설을 맺었다.

 

전날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그 엠호프 변호사가 이날 참석해 해리스 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박수를 치며 지지를 보냈다. 지난 20일 연설에서 엠호프 변호사는 전당대회 마지막날이 부부의 10주년 결혼기념일임을 밝혔는데, 이날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기 전 “해피 결혼기념일“이라고 인사하자 엠호프 변호사는 손키스로 화답했다.

 

이로서 민주당은 나흘간의 전당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선 후보직을 수락한 해리스 부통령은 월즈 주지사와 함께 이날부터 11월 대선까지 70여일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본격적인 레이스에 접어든다. 다음달 10일 ABC 방송 주관으로 치러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이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