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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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 만루포로 40-40 달성한 오타니, 50-50도 산술적 계산으론 가능하다

지난겨울 미국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30)에게 역대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인 10년 총액 7억 달러의 계약은 안겨줬을 때, 지나친 오버 페이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수술을 받은 여파로 인해 올 시즌엔 투수로는 뛸 수 없기 때문.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로만 쓸 수 있는데다 팔꿈치 수술로 인해 내년에 건강하게 투수를 해낼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였다.

 

오타니에 대한 걱정은 쓸 데 없는 짓이었다. 멀리 치는 능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데다 달리기까지 빠른 그가 타자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하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몸소 증명하는 듯 하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여섯 번째로 40홈런-40도루에 성공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최초이자 역대 최소 경기 40-40 기록도 세웠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강의 호타준족임을 증명한 셈이다.

 

40-40을 달성하는 과정도 극적이었다. 40번째 홈런을 끝내기 만루포로 채웠다.

 

오타니는 지난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 레이스와 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39홈런-39도루를 기록 중이던 오타니는 다저스가 0-3으로 끌려가던 4회 선두타자로 등장해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로 출루했고, 곧바로 2루를 훔쳐 40번째 도루를 채웠다.

 

이제 홈런 하나면 40-40을 달성하는 가운데 오타니는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에 이날 경기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탬파베이 좌완 불펜 투수 콜린 포셰의 바깥쪽 낮게 잘 제구된 초구 슬라이더를 그대로 걷어 올렸다. 타구는 약 126m를 날아가 그대로 가운데 펜스를 훌쩍 넘기는 끝내기 그랜드슬램으로 연결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여섯 번째로 40홈런-40도루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40-40은 호세 칸센코(1988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42홈런-40도루)가 처음 문을 열어젖혔고, 이후 배리 본즈(1996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42홈런-40도루), 알렉스 로드리게스(1998년 시애틀 매리너스, 42홈런-46도루), 알폰소 소리아노(2006년 워싱턴 내셔널즈, 46홈런-41도루),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2023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41홈런-73도루)가 달성한 바 있다. 다만 칸센코와 본즈, 에이로드는 약물 복용자로 밝혀져 그 기록의 의미는 퇴색된 상태다. 한국 KBO리그에서는 지난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가 47홈런-40도루를 기록한 게 유일무이한 40-40 클럽 가입으로 남아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아직 달성한 사례가 없다.

 

오타니는 역대 최소 경기 40-40도 달성해냈다. 종전 기록은 2006년 소리아노의 147경기. 오타니는 이를 21경기나 앞당긴 126경기만에 40홈런과 40도루를 채워냈다. 오타니의 천재성을 또 한 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관심은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전인미답의 고지인 50-50 클럽 가입에 성공할 수 있느냐에 쏠린다. 다저스는 129경기를 소화해 앞으로 정규리그 3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현재 페이스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오타니는 50.2개의 홈런과 도루를 기록할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도루는 하루에도 2~3개도 성공할 수 있는 만큼 오타니가 앞으로 상대 투수들의 극심한 견제를 이겨내고 홈런 10개를 때려낼 수 있느냐에 따라 50홈런-50도루 달성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