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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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시설 소방안전 규정 강화에도 5년간 화재 1843건

“기존 건물 소급적용 어려워”

매년 숙박시설에서 화재가 400건 가까이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숙박시설을 대상으로 한 소방시설 관련 기준이 강화돼도 기존 시설까지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오래된 건물의 화재 위험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25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숙박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1843건이다. 인명 피해는 총 387명으로, 이 중 사망자는 32명 발생했다. 연도별로 숙박시설 화재는 2019년 365건, 2020년 344건, 2021년 375건, 2022년 382건, 2023년 377건 발생해 매년 비슷한 수준이었다. 인명피해는 2019년 123명이 발생한 후 2020년 63명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5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2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 중동 호텔 앞에서 화재 조사관이 24일 장비를 챙기고 있다. 부천=연합뉴스

숙박시설을 종류별로 살펴보면 모텔 화재가 전체 35%가량인 645건으로 가장 많았다. 펜션 328건, 호텔 273건으로 뒤를 이었다. 원인은 전기적 요인이 708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주의가 654건으로 다음 원인으로 꼽혔다. 부주의 발화 원인으로는 담배꽁초가 232건을 차지했다. 이밖에 방화 53건, 방화 의심은 63건이었다.

 

숙박시설에서 화재가 반복돼 다수의 인명 피해가 일어나는 이유는 스프링클러 등 소방안전시설이 오래된 숙박시설에 미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은 1981년 11월에 11층 이상 숙박시설에서 11층 이상에 설치하도록 관련 규정이 만들어졌고, 2005년 5월부터는 11층 이상 숙박시설에서 전 층에 설치하도록 의무화됐다. 이후 2018년 1월, 6층 이상 숙박시설의 전 층에 설치하는 개정안이 시행됐고, 2022년 12월부터는 건물의 층수와 관계 없이 숙박시설로 사용하는 면적이 600㎡ 이상인 경우에 일반 스프링클러를, 300㎡ 이상인 경우에는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개정했다.

 

소방안전시설 설치 관련 기준이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음에도 신축 건물에만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개정 전에 지어진 숙박시설은 여전히 소방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 특히 전국에서 영업 중인 숙박시설 약 3만개 중 2만8000개가량은 10층 이하의 건물로 추정된다. 2018년부터 6층 이상 숙박시설 전 층에, 2022년부터 층수에 상관 없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개정돼 이보다 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없을 확률이 높다. 5층 이하 숙박시설로 범위를 좁혀도 전국에 약 2만3000개소가 있다.

지난 23일 경기 부천시 중동 호텔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2019년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숙박시설 화재 안전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시 조사 대상이던 서울·경기 소재 숙박시설 20개소는 모두 6층 이상 11층 미만이었으나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최근 불이 나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천 호텔도 9층으로, 2003년 준공돼 관련 법의 소급적용을 받지 않았다.

 

스프링클러는 불을 초기에 진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소화 설비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작동하지 않은 화성 아리셀 공장과 인천 청라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는 대규모 인명 피해 및 재산 피해를 낸 후에 진화됐다.

 

국회에는 최근 숙박시설 등 특정소방대상물에 스프링클러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2027년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그러나 기존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영세업체가 다수인 숙박시설 운영자에게 이를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도 기존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시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으나 큰 공사가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 대부분이 영세업체인 숙박시설에 무작정 설치를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소급적용은 안전과 업주의 생계 등 다방면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