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을 내세운 서울시발레단이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으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지난 23∼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한여름 밤의 꿈’은 컨템퍼러리 발레로는 보기 드문 2막7장의 2시간짜리 전막 공연으로 진행됐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에다 멘델스존의 음악을 입힌 고전 발레와 완전히 달라 관객 입장에선 낯선 작품이었다. 하지만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몰입하게 했다. 기본적인 발레 기술에 현대무용의 실험적인 안무를 덧입힌 춤과 군무와 독무 등을 막론하고 쉽지 않은 춤들을 무리 없이 소화한 30여명 무용수의 에너지, 감각적인 무대 연출과 의상, 음악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세종문화회관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컨템퍼러리 발레 장인 주재만(52)에게 총연출과 안무를 맡기고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흔적이 또렷했다.
주재만은 제목 빼곤 희극 원작과 유사성을 찾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인 ‘한여름 밤의 꿈’을 창단 작품으로 내놓았다. 서울시발레단의 지향점을 오롯이 담아낸 듯했다. 원작 속 ‘퍽’의 시선으로 본 사랑과 꿈을 몸짓으로 표현하는데 희극적인 원작 분위기와 거리가 멀다. 1막에선 사랑의 순수성과 아름다움, 처절함과 아픔을 대형 군무 중심으로 보여준다. 2막은 순수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과 실연으로 슬픔에 빠진 사람, 삼각관계 등 개별적 인물과 관계에 보다 집중한다.
‘퍽’도 장난꾸러기 요정이 아니라 진지하고 엄숙한 현인으로 등장한다. 아내 클라라와의 사랑과 불행하게 삶을 마감한 작곡가 슈만의 음악이 잘 어울리는 이유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필립 다니엘이 새로 작곡한 2곡을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고 무용수들이 응축된 감정을 발산하는 마지막 후반부도 인상적이다. 공연이 끝나자 우레 같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클래식 발레 중심의 우리나라에서 컨템퍼러리 발레는 발레계와 관객 모두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창단 공연을 시작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제작해 클래식 발레가 줄 수 없는 새로운 에너지를 가진 컨템퍼러리 발레의 매력을 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