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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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시철도 2호선 2029년 개통 ‘빨간불’

민원 소지 많은 2단계 일부 공구
건설사 입찰 기피로 5번째 유찰
공사 차질 우려… 수의계약 추진

광주 도시철도 2호선 2단계 일부 공구가 건설업체들의 입찰참여 기피로 지난 1년간 5번째 유찰됐다. 자재비와 인건비 급등 등이 이유다. 2029년 개통 차질이 우려된다.

25일 광주시 도시철도건설본부에 따르면 광주도시철도 2호선 2단계는 광주역에서 전남대, 일곡·첨단·수완·운남지구를 거쳐 시청까지 20.046㎞ 구간이다. 조달청을 통해 진행한 도시철도 2호선 2단계 7공구와 10공구 건설공사 입찰이 최근 유찰됐다. 이번 유찰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5차례 유찰됐다.

이번에 유찰된 구간은 전남대 주변과 본촌 산단을 지나는 2개 공구로 도로가 좁고 지장물과 주변 노후건물이 많아 민원 소지가 큰 지역이다. 잦은 유찰의 가장 큰 이유는 낮게 책정된 공사비다. 시의 입찰 참여 요청을 받은 다른 공구 낙찰자들은 책정된 공사비가 낮아 손해가 불가피하다며 대부분 난색을 나타냈다.

시는 공사 차질을 우려해 수의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계약법에 따라 두 차례 연속으로 유찰되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도시철도건설본부는 그동안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 다른 공구 공사를 진행하는 업체 등과 접촉해 적절한 선에서 가격을 조율한 뒤 계약하는 ‘수의시담’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업들의 적자 예상에 공사비 증액 등 요구사항을 청취해 적정한 비용이 산출되면 공사에 참여시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가 규정을 무시하고 임의로 공사비를 올릴 수 없다는 데 있다. 업체들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공사비를 증액하기 위해서는 설계변경을 해야 한다. 이 경우 정부와 총사업비에 대한 협의를 다시 해야 하는 등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본부는 일단 업체들로부터 취합한 요구사항을 토대로 공사비를 최대한 올리지 않는 선에서 수의계약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수의계약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보완설계를 거쳐 재입찰에 나서야 한다.

이럴 경우 상당한 기일이 소요돼 2029년 개통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본부 측은 올해 안에 업체가 선정되면 전체 공사 기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본부 관계자는 “자재값 등 물가가 올라 업체들이 요구하고 있는 공사가격과 기초금액 차이가 커 업체들이 공사에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며 “입찰에 참여한 모든 업체들을 대상으로 논의를 한 뒤 공사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