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뇌졸중은 노인병?… “고혈압·격한운동 3040도 조심” [건강+]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환자 10명 중 1명 이상이 55세 미만
젊은층 후유증 타격 크고 재발률 높아

당뇨·고지혈증 등 기저질환 관리 중요
심한 목운동·마사지 ‘뇌동맥박리’ 위험

안면·팔다리 마비, 발음 어눌, 시선 쏠림
의심 증상 땐 즉각 치료해야 후유증↓

뇌졸중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환자 10명 중 1명 이상이 55세 미만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뇌졸중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 수는 총 65만3409명. 이 중 55세 미만은 8만827명(12.4%), 특히 남성이 5만3468명으로 여성(2만7359명)보다 2배가량 높았다. 50세 미만은 4만1808명(6.4%)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젊은 뇌졸중’은 일반적인 뇌졸중 위험인자뿐 아니라 혈관이 찢어지는 뇌동맥박리와 같은 다른 원인도 고려해야 한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2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뇌졸중은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할 수 있어서 30∼40대는 간과하기 쉽지만 젊은층의 비율이 절대 낮지 않은 만큼 의심 증상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40대 뇌졸중, 재발 확률은?

뇌졸중은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뇌경색) 파열돼(뇌출혈) 발생하는 응급 중증 질환이다. 뇌는 뇌혈관에서 공급하는 산소와 영양분으로 유지되는데,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혈액 공급이 되지 않으면 1분에 200만개 뇌세포가 손상돼 후유증이 크다.

김 교수는 “전체 뇌졸중 중 80~85%는 뇌경색이지만 젊은 뇌졸중은 장노년기 뇌졸중에 비해 뇌출혈 비율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젊은 뇌졸중은 뇌경색이 50~60%, 뇌출혈이 40~50%라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2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비만 등 위험인자를 관리하고 금주, 금연을 실천해야 한다”며 “특히 젊은 층의 경우 과도한 운동이나 외상으로 인한 (뇌동맥박리) 뇌졸중 비중이 고령층에 비해 높은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젊은 층의 뇌졸중이 위험한 이유는 간단하다. 후유증과 재발 때문이다. 뇌졸중의 1년 내 재발률은 10%, 5년 내 재발률은 20∼40%에 이른다. 또 증상이 전혀 없이 퇴원하는 환자(15%)도 있지만 35%는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김 교수는 “젊은 뇌졸중 환자는 상대적으로 뇌졸중 발생 후 증상과 신체적 회복이 좋고 더 빠르지만, 그만큼 회복 후 가정과 사회, 직업으로 복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재활과 우울증 등에 대한 주변의 심리적인 지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뇌졸중의 의심 증상은 안면마비, 발음장애, 편측마비, 실어증, 안구편위, 시야 장애, 심한 어지럼증, 갑작스러운 인지장애 등이 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이웃·손·발·시선’으로 떠올릴 것을 권한다. ‘이~ 하고 웃지 못하거나, 한쪽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져 들기 어려운 경우,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실어증으로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 증상이 있는 경우’를 이른 것이다. 뇌졸중의 90%에서 이런 증상이 처음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뇌졸중 예방이 도움되는 운동… 잘못하면 독

‘젊은 뇌졸중’은 노년기 뇌졸중보다 원인이 더 다양하다. 공통적인 원인으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비만, 음주, 흡연이 있다.

김 교수는 “당뇨는 뇌졸중 위험을 2배 정도 높이는 중요한 위험인자인데 당뇨 치료를 잘 받으면 뇌졸중 발생 위험이 50% 이상 낮아진다”며 “고혈압약 복용 시 뇌졸중 발생 위험도가 30∼40%, 고지혈증 치료 시 20∼30% 뇌졸중 위험이 감소하는 만큼 기저질환 관리는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젊은 뇌졸중’은 여기에 혈전을 잘 만드는 혈액질환, 혈관염, 경동맥 혹은 척추동맥의 박리, 모야모야병, 편두통, 여성의 경우는 임신과 호르몬제 복용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들 질환은 뇌경색 위험이 높지만, 모야모야병 환자의 경우 뇌경색과 뇌출혈이 모두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도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건강을 위한 행동이 뇌졸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운동과 마사지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뇌동맥박리로 인한 뇌경색’이 올 수 있다. 뇌동맥박리는 경동맥 혹은 척추동맥 등의 혈관 벽이 찢어지는 것을 말한다. 젊은 뇌졸중 환자 중 10~25%가 뇌동맥 박리로 인한 뇌경색일 만큼 흔하게 나타난다.

김 교수는 “뇌동맥박리는 혈관 내벽이 찢어지면서, 그곳으로 혈액이 침범해 혈관벽으로 혈종이 발생하며 발생한다”며 “이는 협착 및 폐색을 유발할 수 있고, 찢어진 혈관벽으로 혈전이 형성되면 뇌혈류가 감소하거나 뇌혈관이 막히며 뇌경색이 발생한다. 만일 찢어진 혈관벽이 밖으로 부풀게 된다면, 박리로 인한 동맥류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뇌동맥박리의 원인은 낙상·교통사고 등 외상에 의한 충격도 있지만 골프, 수영, 스쿠버다이빙, 요가, 과도한 경부 스트레칭, 심하게 목을 꺾는 마사지 등으로 인한 운동 중에 발생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뇌동맥박리의 절반 이상은 두통 혹은 목 통증을 동반한다. 통증 이외에도 뇌졸중으로 인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며 “과도한 목운동이나 외상이 있을 때 두통과 함께 뇌졸중 의심 증상이 발생한다면, 뇌동맥박리로 인한 뇌졸중을 반드시 의심해 즉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증상 발생 이후 4∼5시간 이내에 치료가 이뤄져야 장애로 이어질 확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