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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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원에서 발전해 보낸 전기, 수도권 지자체가 가로막겠다니…

경기 하남시가 지난 21일 동해안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실어 보내는 송전망의 최종 관문인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에 퇴짜를 놨다. 정부와 한전은 수도권 전력 수요에 대응해 지난해부터 4조원을 투입해 총길이 280㎞의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하남시는 한전과 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을 협의하고, 지난해 10월에는 업무협약(MOU)까지 맺었다. 그래 놓고선 돌연 한전과 MOU를 해지한다고 밝힌 것이다. 수도권 전력난 해소를 위한 국책사업이 수도권 지자체의 반대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강원도가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발전소를 짓고 송전탑까지 설치하는 것을 감안하면 기가 찰 노릇이다.

결과적으로 동서울변전소 증설사업은 최소 1년반 이상 늦어지게 됐다. 수도권 전력 공급 차질은 물론이고 전기요금 인상까지 우려된다. 정부가 야심차게 조성하는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전력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역민 반발을 핑계로 내세운 허가 취소가 다른 지자체로 확산할 수도 있어 걱정이다. 이미 충청·호남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망 확충작업이 지자체와 주민 반대로 길게는 12년 가까이 공사가 늦춰진 마당 아닌가.

하남시가 한전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을 불허한 건 전자파가 우려된다는 주민 반발 때문이다. 하남시민의 건강한 생활환경을 해친다는 주장도 폈다. 한전이 주민 의견수렴 없이 증설 계획 및 입지를 확정하는 등 전원개발촉진법을 어겼다고도 했다. 한전은 하남시의 이런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동서울변전소와 가장 가까운 아파트를 기준으로 전자파가 편의점 냉장고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적다는 게 한전 측 주장이다. 주민설명회도 7차례나 개최했다고 맞섰다. 향후 과학적 근거를 통해 시시비비는 분명 가려야 하겠지만, 지지체가 주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등에 업고 부화뇌동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한전은 관계 부처나 지자체가 반대하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인허가와 보상 등에서 특례를 강화하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추진 중이다.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민간 투자 허용 부분에 대한 이견으로 폐기됐고, 22대에서도 법안 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가 주도의 전력망 건설은 시급한 과제다. 전력망특별법 처리를 국회가 서두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