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공의 이탈 사태로 응급실 등 의료현장의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병원에서 간호사, 의료기사 등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해, 의료공백이 더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19∼23일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한 결과 찬성률 91%로 총파업을 가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책임 전가 금지, 인력 확충, 주 4일제 시범사업 등과 함께 총액 대비 6.4% 임금인상을 병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미 전공의 집단 이탈 등으로 경영난을 겪는 병원이 많아 상당수의 병원에서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는 28일까지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9일 오전 7시부터 응급실 등 필수인력을 남기고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61개 병원 중에는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원자력의학원 등 특수목적 공공병원을 비롯해 최근 응급실 전담의 이탈로 응급실 운영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던 속초의료원 등 지방의료원 26곳도 포함됐다. 민간병원에서는 고려대의료원(안암·구로·안산), 이화의료원(목동·서울), 중앙대의료원(서울·광명), 한양대의료원(서울·구리), 강동경희대병원, 강동성심병원 등 30곳이 명단에 포함됐다. 빅5 병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의료 공백 신호음은 계속 들리고 있다. 국가유공자들이 주로 진료를 받는 중앙보훈병원의 경우, 전공의 110명 중 8명만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출근율은 8.8%(22일 기준)에 그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에 따르면 9일 구로역 작업차량 충돌 사고 당시 부상한 50대 작업자 A씨는 당시 16시간 동안 병원 4곳을 전전한 끝에 다리 골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 119 구급대의 재이송 사례 2645건 중 40.9%(1081건)는 병원에 전문의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한 사례로 집계됐다.
환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임금인상과 같이 전형적인 노조의 파업 이유를 이런 상황에서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환자들의 불안을 이용하는 셈인데, 환자들은 굉장히 화가 나고 지쳐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어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파업 미참여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상진료를 실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