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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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헤즈볼라 맞공습… 중동전 위기 고조

이스라엘, 전투기 동원 선제 타격
헤즈볼라선 로켓·드론 보복 공격
레바논 “이 공격… 최소 3명 사망”
이란서도 보복 예고… 확전 가능성
美 “이스라엘과 긴밀히 소통 중”

이스라엘이 25일(현지시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자국을 타격하려 했다며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선제공격을 가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공격을 개시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마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중동의 확전 우려는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오전 5시 발표한 성명에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할 준비 중인 것을 확인했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레바논 내 목표물을 공격하고 있다”며 선제 공습 사실을 알렸다. 이스라엘군은 “100여기의 전투기를 동원해 수천기에 달하는 레바논 내 로켓 발사대를 동시에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상공서 요격당한 무인폭격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인폭격기가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상공을 비행하던 도중 이스라엘군에 의해 요격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헤즈볼라의 대규모 공격을 감지한 뒤 레바논에 대한 선제공격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키리야트시모나=AFP연합뉴스

100대가량의 전투기로 40회 이상의 공습을 가한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래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가한 가장 강도 높은 공습이자, 2006년 양측이 벌인 34일간의 교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도 약 1시간 뒤 성명을 내고 카추사 로켓 320여발과 드론을 동원해 이스라엘 북부 메론 기지와 골란고원 내 기지 등 군사시설 11곳을 성공적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달 최고 사령관이 살해된 것에 대한 대응 공격의 첫 번째 단계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6시부터 48시간 동안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국제공항도 잠시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가 오전 7시 운영을 재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전시내각은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했다.

 

헤즈볼라는 지난달 30일 최고위급 군사 사령관이었던 푸아드 슈크르가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하자 “거대한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약 한 달 만에 보복 공격이 현실화하면서 가자지구 전쟁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국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야의 암살에 대한 보복을 예고한 이란 역시 전날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은 적시에 적절한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보복 의지를 재확인, 이란과의 확전 우려도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 있다.

 

다만 이스라엘은 현재 진행 중인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의식한 듯 “전면전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은 전면전에는 관심이 없지만, 지상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숀 세이벳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 측 관리들이 이스라엘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전하며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양국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