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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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용기 얻어”… ‘교토국제고 기적’ 진한 여운

日고시엔 제패 후 찬사 쏟아져
에이스 투수는 국가대표 선발
한국어 교가 제창 문제 삼기도

“고등학생들이 노력해 정상에 오른 것이 우리에게도 용기를 주었다. 프로팀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하고 싶었다.”

지난 24일 일본 교토시를 연고지로 하는 프로축구팀 교토 상가FC의 감독이 시합에서 승리한 후 한 말이다. 23일 재일 한국계 학교 교토국제고가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서 기적 같은 우승을 일군 여운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지난 23일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승리한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니시노미야=교도연합뉴스

지역지 교토신문은 사설에서 “고시엔 구장이 개장한 지 100주년을 맞은 해에 고교야구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교토국제고를 정상으로 이끈 에이스는 국가대표에 선발돼 전국적인 기대를 받고 있다. 주인공은 결승전에서 9회까지 상대팀 간토다이이치고 타선을 0점으로 묶은 3학년 나카자키 루이(中崎琉生)군이다. 다음달 2∼8일 대만에서 열리는 13회 18세 이하 아시아 선수권에 출전한다. 간토다이이치고 투수 한 명도 선발된 것을 두고 나카자키군은 “어제의 적이 오늘은 친구다. 좋은 자극을 받아 일본대표로서 열심히 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온라인에서 축하 메시지는 25일에도 계속됐다. “감동이었다. 앞으로도 응원하겠다”거나 “(교토국제고가 보여준) 지력, 체력, 정신력은 존경할 수밖에 없다”는 등의 글이 게재됐다.

일각에서는 교토국제고의 ‘동해’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 제창을 두고 시비가 이어졌다. 하마다 사토시(浜田聰) 일본 참의원 의원이 우승 당일인 23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일본해의 한국어 명칭인 동해가 들어간 것에 문제가 있다”며 학교 인가를 취소하거나 교가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00년 역사의 고시엔에 한국어 교가가 나오는 것이 정말 싫다. 일본 문화에 대한 모욕”이라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니시와키 다카토시(西脇隆俊) 교토부 지사는 이를 두고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아사히신문은 “교토부는 SNS 운영사업자에 관련 글의 삭제를 요청했다”며 “교토국제고가 4강에 진출했던 2021년에도 13건에 대해 삭제를 요청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