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폭형 무인기를 새로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현대전 추세를 쫓아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6일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의 무인기 성능 시험을 현지 지도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사진에는 이스라엘제 '하롭'을 닮은 삼각 날개 형상 무인기, 십자 날개가 달려 러시아제 '란쳇' 자폭 드론과 유사한 기종 등 2개 형태의 무인기가 등장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무인기 개발에 도움을 줬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당시 러시아 측이 김 위원장에게 자폭 드론 5대를 선물했다는 러시아 보도도 나온 바 있다.
군 관계자는 "그런(러시아가 선물한) 것들을 이번에 실험했을 가능성 또는 역설계해서 성능을 개량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7월 무장장비전시회에서 미국의 정찰용 무인기 '글로벌호크'와 공격용 무인기 '리퍼'를 빼닮은 기체를 공개한 것처럼 군사 선진국들의 무인기를 거의 복제 수준으로 모방해 개발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자폭 무인기는 탱크 형상 물체에 수직으로 낙하해 이를 완전히 파괴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 지상전의 핵심 무기인 탱크는 전면과 측면에 두꺼운 방호 장갑을 두른 데다가 적의 대전차 무기가 접근하면 자동으로 반응해 요격하는 능동방호체계(APS) 등 다양한 방어 수단을 갖췄다.
하지만 회전하는 포탑과 운용 인원이 드나드는 해치가 있는 상부는 탱크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이에 탱크의 상부를 공격하는 '탑 어택'을 위한 지능탄 등이 나와 있다.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역시 표적을 향해 날아가다가 궤적을 틀어 상부에서 수직 낙하하며 내리꽂는 형태의 비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폭형 무인기가 새로운 개념의 무기는 아니다. 한국군은 레이더 전파를 역추적해 적의 레이더를 파괴하는 이스라엘제 '하피' 무인기를 1990년대 도입했고, 북한도 자폭형 무인기를 소량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 바 있다.
다만 최근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탱크를 상대하는 무기로 무인기가 주목받으면서 다시금 중요성이 부각되는 추세다.
자폭형 무인기는 제작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표적에 은밀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순항미사일의 역할을 일부 대체할 수 있다.
특히 미사일은 원거리에서 발사하므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처럼 표적이 움직이거나 은닉할 경우 대처가 까다롭지만, 자폭형 무인기는 작전지역 공중에 떠서 배회하다가 표적이 식별되면 즉시 타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반면 아직 이에 대응할 만한 방어무기 체계는 마땅한 것이 없는 실정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폭형 무인기는 저소음에 저공비행이 가능하며 레이더에도 잘 잡히지 않아 사전에 요격할 시간적 여유가 적다"며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치명적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군도 자폭형 무인기 전력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는 이스라엘제 '로템-L' 자폭 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작전 거리 10㎞에 목표물 1m 이내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성능이 더 뛰어난 중거리 자폭 드론 확보 사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합동참모본부가 긴급 소요를 결정했고 2026년까지 국외 구매 방식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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