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단독] '부천 호텔화재' 현장에 사다리차 1대 더 있었지만… 설치 폭 미확보 무용지물

7명이 숨지는 등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 때 최고 70m 사다리차 외 이보다 적은 규모가 1대 더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하지만 이 역시 차체 양쪽을 확장시키는 지지대(아웃트리거)를 고정시킬 만큼의 여유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26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34분쯤 원미구 중동 호텔 7층 810호 객실에서 난 불로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오후 7시39분 여러 건의 신고를 받은 선착대가 다시 4분 뒤 현장에 도착해 70m 높이의 굴절 사다리차를 곧장 투입시켰다. 23층 높이까지 닿을 수 있는 장비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는 아예 가동되지 못했다.

 

부천소방서 관계자는 “해당 사다라차는 상부 구조용 사다리를 뽑기 위해서는 7m 이상의 도로 폭을 확보해야 한다. 주변 주차된 차량들로 차체를 안정적으로 바치는 아웃트리거가 전혀 내려질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아웃트리거는 중량물 적재 용량이 무거운 것들을 작업할 때 차량용 하부에 장착된다.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차체의 넘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차량의 네 귀퉁이를 지탱한다. 일반적으로 상부 사다리 높이에 비례해 설치 폭도 커진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사건 당일 인근 신상119안전센터에서 출동한 높이 54m 수준의 고가사다리차 1대가 별도로 대기 중이었다. 먼저 투입한 것과 비교해 1.7m 적은 최소 5.2m 폭만 확보되면 가동이 가능했지만 이 역시 활용할 수 없었다. 현지의 도로 폭이 5m가량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을 확인해보니 코보스호텔 전면은 일방통행 구간이었다. 좌우 양측의 건물 주차장 진입로를 제외하고 인도와 인접한 도로가 대부분 거주자우선, 즉 지정 주차구역이었다. 해당 구역이 양쪽으로 약 3.6m(각 1.8m), 중앙의 일방통행로는 5m 정도였다. 다시 말해 고가사다리차 차체(2.5m)를 포함해 최소한의 설치 폭에 못 미쳤다.

 

부천소방서 관계자는 “아웃트리거는 올려지는 사다리 능력에 따라 정해진 수치만큼 자동적으로 펼쳐진다”면서 “전체적으로 설치 폭이 고가사다리 5.2m 이상, 굴절 사다리차 7m쯤 책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방 인력들이 원활히 구조 활동을 펼치려면 이보다 더 넓은 공간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류상일 동의대 교수(소방행정학)는 “8층 이상에선 사다리차 투입이 우선 검토돼야 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방당국은 고층 건물 화재 시 효과적인 사다리차 대신 에어매트를 불가피하게 펼쳤다. 이후 오후 7시48분쯤 보조장비에 몸을 내더지는 과정에서 남녀 투숙객 2명이 크게 다쳤다.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모두 숨졌다.


부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