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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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출신만 10명… ‘안정적인 변화’ vs ‘의리 축구 재현’

홍명보, 월드컵 예선 선수 명단 발표

손흥민·이강인·김민재 등 유럽파 주축
‘강원돌풍’ 이끈 양민혁 등 4명 첫 승선
합리적 선발 평가 속 의구심도 커져가
일각, 팀 내 장악력 높이기 의도 분석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지역 예선에서 함께할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손흥민(토트넘) 등 유럽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고, 양민혁과 황문기(이상 강원FC), 최우진(인천 유나이티드), 이한범(미트윌란)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다는 영광을 누렸다. 홍 감독이 안정 속 변화를 추구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홍 감독이 26명 가운데 10명을 과거 소속팀에서 인연을 맺었던 선수로 채워 자칫 ‘의리축구’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아니냐는 우려를 키웠다.

닻 오른 홍명보호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지역예선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홍 감독은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6명 이름이 담긴 월드컵 예선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홍 감독은 “선수 선발에서 중점을 둔 사안은 안정적인 변화”라며 “팀이 발전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인 팀 운영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홍명보호에서도 주장 완장을 차게 된 손흥민을 비롯해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인범(즈베즈다), 이재성(마인츠), 김민재(뮌헨) 등 유럽에서도 확실하게 자리 잡은 선수들이 대부분 승선한 가운데 4명의 선수가 새롭게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특히 강원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양민혁의 등장이 눈에 띈다. 홍 감독은 “양민혁의 현재는 지난 7월에 비해 떨어진 점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충분히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며 “모든 사람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기 때문에 대표팀에서도 잘 해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가장 고민스러웠던 포지션으로 ‘미드필더’와 ‘양 사이드 풀백’을 꼽았다. 홍 감독은 “팔레스타인과 오만이 어떤 모델로 경기를 할 것인지 생각했다”며 “멀티 능력을 평가해 이 자리를 채웠다”고 설명했다. 이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카드인 손준호 선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아직 명확지 않은 부분이 있어 중국축구협회 등과 논의를 거쳐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고 말해 궁금증을 일으켰다.

“팀을 위한 희생”을 강조한 첫 홍명보호에 합리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홍 감독이 설명한 것처럼 10년 전과 달리 폭넒은 관찰과 경험을 갖고 뽑았다는 게 느껴진다”며 “현재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도 정확하게 선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옥의 티는 과거 ‘의리축구’ 과오를 반복할 조짐을 보였다는 점이다. 홍 감독은 10년 전 월드컵에서 ‘소속팀에서 활약’을 선발 조건으로 내세우고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박주영을 선발해 논란을 키웠다. 홍 감독은 이날 ‘의리축구’ 꼬리표에 대한 질문에 “당시 가장 좋은 선수를 뽑은 것“이라며 ”밖에서 볼 때 그런 이야기가 나온 건 이해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아는 선수를 뽑았고, 결과가 좋지 않아 수긍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이번 대표팀의 38.5%를 과거 울산에서 인연을 맺은 선수로 채웠다. 조현우와 수비수 김영권, 이명재, 미드필더 정우영, 공격수 주민규는 현재 울산 소속이며 오세훈(마치다 젤비아)과 이동경(김천 상무), 박용우(알아인), 설영우(즈베즈다), 정승현(알와슬)은 과거 홍 감독과 합을 맞춘 경험이 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잘하는 선수가 울산에 몰려있기 때문에 울산 선수가 많이 선발된 것을 문제 삼는 건 역차별일 수 있다”며 “일부 울산 선수들은 대체자원 혹은 월드컵 예선을 위한 선발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홍 감독이 팀 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대표팀 감독의 불공정한 선임절차를 따져보기 위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소환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홍 감독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인연이 있는 선수들을 주로 선발해 분위기를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선수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신뢰를 줄 수 있는 감독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