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열악한 제주 사격장…올릭핌 금메달은 기적”

제주 첫 개인 금메달리스트 오예진 계기 사격인프라 개선되나
제주도, “종합사격장 장기 검토…일부 시설 보완”
오영훈 지사 “불리한 여건 속 성취…도정 뼈아픈 대목”

“사격장 시설기반이 열악한 제주에서 올림픽 금메달이 나온 건 기적입니다.”

 

오예진(19·IBK기업은행) 선수의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 금메달을 계기로 열악한 제주지역 사격 인프라가 개선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오예진 선수, 홍영옥 코치. 제주도의회 제공

26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2026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도내 사대를 전국대회 규모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국사격대회를 개최하려면 최소 80개의 사대가 필요한데 제주는 오 선수의 모교인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 12개, 제주고등학교에 60개의 사대만 있다. 그나마도 제주고의 시설은 공기권총과 공기소총 10m만 가능하다.

 

1982년 건축돼 보수한 지 10년이 넘은 제주지역 사격장은 표적기계에 오류가 많이 발생해 선수들이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실탄을 사용하는 25m 화약총 사격장은 아예 없어 오 선수는 제대로 된 연습을 하지 못했다.

 

오 선수의 스승인 홍영옥 올림픽 국가대표 코치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사격장 시설기반이 열악한 제주에서 올림픽 금메달이 나온 것은 기적”이라며 도내 사격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홍 코치는 “오 선수는 25m 화약총 훈련 당시 모의표적을 만들어 이미지 훈련을 해야 했다. 25m 경기를 여러 번 나갔어야 했는데 그 횟수를 채우지 못해 국가대표 선발전을 뛰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오 선수도 “현재 도내 사격장은 열악해 화약권총의 경우 사격장이 없어 다양한 경험을 못하니 사격 꿈나무들에게 큰 무대가 버겁다”고 종합사격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주도는 종합사격장은 부지 등의 문제를 고려해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우선 전국체전을 앞두고 사격 시설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영훈 지사는 이날 도청에서 열린 오예진 선수 환영식에서 “제주도가 충분하게 여건을 형성해주지 못했음에도 열정과 끈기로 성취를 이뤄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고 도정에서는 아픈 대목”이라며 “전반적인 문제를 점검하고 대책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상봉 도의회 의장도 환영식에서 “제주도의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전세계 정상들과 정정당당히 겨루며 제주인의 위상을 드높여준 오예진 선수에게 감사하다”며 “오예진 선수와 같은 훌륭한 인재가 계속 나올수 있도록 스포츠 인프라 확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교육감은 “제주 미래체육인재 육성으로 오예진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처럼, 제2의 오예진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학교 운동부를 활성화해 제주의 미래체육인재들을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오예진은 파리 올림픽에서 올림픽 신기록과 함께 제주도 최초로 개인종목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