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방통위 이어 방문진도 파행… 법원, 본안 판결 신속히 내리길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등 현 이사진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새 이사 임명은 무효”라며 임명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판결 전까지 임명을 막아달라”는 취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이 어제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거대 야당이 주도한 국회의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소추로 방통위 업무가 마비된 가운데 방문진 운영마저 파행을 빚게 됐으니 개탄스럽다. 부작용의 최소화를 위해 법원이 본안 소송 결론을 신속히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이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명의 합의로 김동률 서강대 교수 등 6명을 방문진 새 이사로 선임했다. 이들의 임기는 원래 지난 13일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은 이들의 임명 처분이 무효인지 아닌지를 다투는 소송 선고가 날 때까지 취임을 금지했다. “방통위원 정원은 5명인데 현재 3명이 결원인 상황에서 2명의 찬성만으로 방문진 이사를 선정한 것은 위법”이라는 권 이사장 측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현행법에는 방통위의 의결정족수에 관한 규정이 없다. 앞서 헌법재판소도 “재적 위원 과반 찬성으로 이뤄진 의결은 위법으로 볼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재판부의 법리 검토가 충분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방문진 새 이사 임명 처분이 무효인지 가리는 본안 재판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1심은 물론 이후 2심과 상고심까지 고려하면 언제쯤 판결이 확정될지 기약조차 하기 힘들다. 방문진 이사 선임을 둘러싼 갈등은 애초 MBC 사장에 자기네 진영 사람을 앉히려는 여야의 싸움에서 비롯했다. 국회 탄핵소추로 이 위원장의 직무 수행이 정지되며 방통위는 ‘1인 체제’로 쪼그라들었고 방문진 이사 재선임 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은 언제까지 이런 무의미한 정쟁을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법원이 본안 소송 판결을 최대한 빨리 선고해 방문진과 MBC의 정상화를 앞당겨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이성을 되찾고 방통위원 5명 정원을 채울 방안부터 고민하기 바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슨 전리품 챙기듯 공영방송을 놓고 이전투구를 하는데, 국민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은가. 무엇보다 민주당은 방통위 정상화의 의지가 진심이라면 이 위원장 탄핵소추부터 철회해야 마땅하다. MBC를 접수하기 위한 여야의 추태는 제 역할을 못 하는 공영방송의 민영화 시급성을 거듭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