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생 대책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들을 돕고자 서울시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서울 소상공인들이 출산·육아휴직을 할 경우 대체인력과 휴직 기간 중 임대료·공과금 등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153만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출산·양육지원 3종 세트’를 10월부터 시작한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시는 지난 4월 저출생 대책에서 소외돼 있던 1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를 위해 전국 최초로 출산급여를 지원하고 출산한 배우자를 둔 1인 자영업자·프리랜서에게 배우자 출산휴가지원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일하거나 직원을 한 명 이상 고용 중인 소상공인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사각지대로 남았다.
이에 시는 직원이 있고 없고를 떠나 아이를 낳아 키우고자 하는 소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는 신규 대책을 마련했다. 직장인과 달리 출산·육아휴직 개념이 없는 소상공인이 마음 편히 생업을 병행할 수 있게 돕자는 취지다.
맞춤형 출산·양육지원 3종 세트는 △육아휴직자 대체인력 지원 △아이돌봄서비스 연계 △임신·출산으로 인한 휴업 기간 발생하는 임대료·공과금 등 각종 고정비용 지원을 골자로 한다. 우선 소상공인 종사자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육아휴직자 대체인력을 지원한다. 기존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와 연계해 우수한 경력보유여성을 해당 사업체에 파견하고, 생활임금 수준인 월 240만원을 6개월 동안 총 1440만원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소상공인이 아이 돌봄 걱정 없이 영업할 수 있도록 민간 아이돌봄서비스를 자녀 1인당 월 최대 60만원(2자녀의 경우 월 최대 90만원)씩 6개월간 총 360만원 지원한다. 휴일·야간 영업이 잦은 소상공인 가운데 3개월∼12세 이하 아동 양육자들에게 시간당 돌봄비(1만5000원) 중 자부담 5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1만원을 시가 부담한다.
휴업 기간 중 발생하는 임대료, 공과금 등 각종 고정비용도 지원한다. 많은 소상공인이 출산시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폐업으로 이어지거나, 임신과 출산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이번 대책에는 저출생 극복의 중요한 축인 기업이 적극 참여해 의미를 더한다. 시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KB금융그룹, 한국경제인협회와 ‘저출생 위기 극복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식엔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종희 KB금융 회장, 류진 한경협 회장 등이 참석했다. 시는 맞춤형 출산·양육지원 3종 세트를 시행하고 KB금융그룹은 사업비 50억원을 지원한다. 한경협은 사업 연계 네트워크 지원과 소상공인 멘토링, 홍보 캠페인 등을 추진한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소상공인들이 겪는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이 정말 심각하다”며 “한경협 경영자문단 등을 활용해 소상공인 현장의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과 인프라 확충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우리 경제의 주춧돌인 소상공인들이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세훈 시장은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한다는 각오로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