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암 투병에 이어 학교 폭력 피해까지 힘든 일을 연달아 겪은 아들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준 어머니가 따끔한 충고에 직면했다.
26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 모친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아들의 사연 2부가 공개됐다. 1부에서는 강압적인 양육관을 지닌 모친과 방관하는 부친의 지속적인 부부 싸움 속에서 오랜 아픔을 가진 둘째 아들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둘째 아들은 부모를 향해 도를 넘는 막말을 뱉어내 충격을 안겼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은 둘째 아들이 학창 시절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있는지 물었고, 모친은 어렸을 때부터 둘째 아들이 게임에 푹 빠져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오은영은 “(모친이 문제의 원인을 찾는) 레퍼토리가 정해져 있다. 모든 게 게임 때문이고 아빠가 그것을 지도 안 한다고 한다. 아들의 말을 들어 보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학교폭력이나 왕따가 있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다”고 짚었다. 그제서야 아내는 아들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 폭력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둘째 아들은 “한 6개월 가까이 패드립(부모를 욕하거나 개그 소재로 삼아 놀리는 말)과 음담패설을 들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다 아빠한테 욕을 하게 됐다. 그랬더니 아빠가 ‘너 보기 싫고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고 힘든 기억을 떠올렸다.
이와 함께 둘째 아들이 과거 척수암으로 투명한 사실도 전해졌다. 오은영은 “미성년자가 척수암이고 하반신 마비까지 될 수도 있다. 세상을 놓고 싶었을 것이다. 당연히 우울해진다. 제가 안타까운 건 엄마가 여전히 아들의 마음 상태에 눈이 안 간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아는 건 안 되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둘째 아들은 제작진에게 “우울증도 걸리고 극단적인 생각도 했다. (엄마한테) ‘나 자살할 것 같다’고 했는데 그냥 죽어버리라고 (했다). (학교 폭력도) 애들끼리 그럴 수 있다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도와줄 어른이 없었다는 게 가장 절망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옛날로 돌아간다면 엄마가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냐’는 질문에는 “제가 개판이었던 것도 맞긴 한데 조금이라도 내 말 들어주고 존중해 주고 이해해 주고 그랬으면 욕도 안 하고 잘못에 대해 죄책감도 느끼고 지금처럼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모친은 아들이 당한 학교 폭력에 대해 심각한 괴롭힘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며 신고 얘기도 처음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자세하겐 모르고 그냥 싸우고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괴로운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아들에게 ‘죽으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한 게 아니라 알아서 하라고 했다. 살기 싫다고 하니까”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모친이 ‘못 들었다’는 태도로 일관하자 오은영은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정신 차려라. 부모 자식 관계에서 너무 많은 상처를 만든다. 엄마의 결백이 왜 그렇게 중요하냐”라며 답답해했다. 아울러 “엄마는 마음을 이해하는 데 미숙하고 어려움이 있다. 마치 영어를 한국말로 번역해 주듯 마음을 번역해 주지 않으면 잘 못 알아듣는다”고 진단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