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술 마시고 합의 후 관계, 무고한 30대 여성 ‘징역형’

‘해리성 기억 장애’ 주장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함께 술을 마시던 남성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고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무고한 여성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해리성 기억 장애’를 주장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리성 기억장애는 개인의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질환으로, 일반적으로 과거의 특정 사건이나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을 뜻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4단독 김병휘 부장판사는 무고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30대)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16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충남 아산의 한 술집에서 남성 B씨와 술을 마셨다. 얼마 후 술기운이 오른 A씨는 B씨와 합의하에 성관계하기로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A씨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돌변했다. A씨는 다음 날 경찰서를 찾아 “성폭행 당했다”고 신고했다.

 

A씨는 2차례의 경찰 조사에서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고, 법정에서 말을 바꿔 “해리성 기억상실로 당시 상황 등을 기억하지 못한 상태에서 잠든 사이 성관계를 해 성폭행 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을 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이후 수사기관에서 성폭행 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이상 적어도 무고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고 과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당시 인지기능 등에 장애가 없는 상태에서 합의 하에 성관계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무고죄는 피해자가 부당한 형사처분을 받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중대한 범죄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