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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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간판만 달았는데… 소상공인 옭아매는 규제 [K브랜드 리포트]

보호 취지로 제정 유통산업발전법
주2회 휴무 의무화·영업시간 제한
자기자본으로 운영 SSM 점주 해
“현실 반영 관련 법 개정 이뤄져야”

“대기업 간판으로 바꿔 달았을 뿐이지 저도 소상공인입니다.”

 

지난달 26일 서울시 도봉구에 GS더프레시 500호 창동점을 연 최경호씨는 최근 세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20년 넘게 개인 슈퍼마켓을 운영하다 달라지는 소비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GS더프레시로 가게를 전환한 이후 대기업과 같은 규제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최씨는 “개인 마트를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젊은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기는 것을 실감했다. 밀키트 상품 등 물건의 다양성을 갖추기가 어렵고, 판매가 줄다 보니 대리점에서 물건 공급도 안 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며 “고객층이 60대 이상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 ‘2030’ 손님들이 많아졌고, 앱(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으로도 물건 주문과 사전예약이 들어온다. 그동안 이런 젊은 층의 매출을 다 놓쳐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법이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매달 주 2회 휴무를 의무화하고 자정부터 익일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도록 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이 되레 소상공인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본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SSM 점주도 대기업 간판을 달고 영업한다는 이유로 출점 제한, 의무휴업 등의 대상이 됐다. GS리테일, 롯데쇼핑, 홈플러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0곳 중 4곳이 가맹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GS더프레시의 경우 가맹점 비율은 78%에 달한다.

 

운영시간도 제한을 받는다. 한때 24시간 운영하던 슈퍼마켓이 지금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로 운영된다. 최씨는 “같은 장소에서 오랫동안 슈퍼마켓을 운영하다 간판만 바꾼 건데 한 달에 두 번을 쉬어야 한다고 하니 손님들이 왜 문을 안 여냐고 항의를 한다”며 “오전 10시부터 영업을 해야 하는데, 동네 장사를 너무 늦게 시작한다는 불만이 들어온다. 콩나물, 두부 먼저 주고 나중에 계산하면 안 되냐고까지 말하는 주부도 많다”고 말했다.

 

2주에 한 번씩 문을 닫으면서 재고 관리나 매출에도 큰 타격이 생겼다. 최씨는 “일요일을 쉬어야 하는 주간에는 신선도 때문에 폐기하는 물건이 10∼20% 늘어났다. 특히 밀키트 상품 유통기한은 하루 이틀밖에 되질 않는다”며 “매대는 항상 채워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 쉬는 날이 있다고 물건 발주를 안 할 수도 없다. 월요일에 제품을 폐기할 때마다 마음이 쓰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소상공인인데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가 오히려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