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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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내·누나까지 도촬·조롱…현실이 된 포르노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 현장

친족·교사 대상 합성물 일상화
운영자가 텔레그램방 만들면
수천 명 링크 타고 순식간 모여
자극적 사진·영상 업로드 경쟁

가해자 대다수가 학생인 10대
여성에 이유 없이 광범위 범행
성착취물 소지 혐의 처벌 어려워
경찰, 28일부터 특별집중단속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언론 보도를 통해 수면위로 떠오른 이후에도 수많은 대화방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수위와 규모로 성착취가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친족 성폭력을 암시하는 대화나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합성물 제작이 일상처럼 이뤄지는 등 이용자 간 ‘더 자극적이고 과감한 자료 업로드’를 위한 경쟁이 붙어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한 딥페이크 성착취물 대화방의 존재가 최근 공론화된 이후인 27일 현재도 단체대화방 참여자들은 기민하고 조직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취재 중 많은 방들이 폐쇄됐다가 ‘대피소’ 등의 형태로 다시 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대피소 한 곳은 초대된 링크를 타고 들어온 참가자들이 우르르 늘어났다. 방 하나에 2000명을 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용자들의 주 활동시간대로 알려진 새벽 2~3시쯤 가장 빠른 속도로 참가자가 많아졌다.

 

“기사 나와도 쫄지마”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제작되는 텔레그램 채널 내의 이용자들 간 대화 내용. 독자 제공

한 텔레그램방에는 “뉴스에 나오고 기사화되도 쫄지 말고 지능(지인 능욕)해라. 모든 것을 능욕해라. 기사낸 기자도 능욕해라”는 공지가 게시돼 있었다. 이들 방에서는 지금도 ○○ 지역 고등학교 피해자들의 사진을 세분화해 올려달라거나 “도촬, 근친(상간) 만들어주세요” 등의 요청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범행 대상은 나이와 직업·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교사들이 피해자가 된 한 텔레그램방에는 “이곳은 여러분들이 평소 사랑하고 존경하는 선생님들을 걸레통 낯짝으로 만드는 곳”이라며 “규칙 안에서 자유롭게 사진 공유 및 능욕 즐기시면 된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그 밑에는 도촬(도둑 촬영) 방법까지 공유됐다. 교사의 사진과 함께 몰래 빼내 온 피해자의 신분증을 같이 올리는 이도 있었다.

 

더 높은 수위의 ‘상위방’ 입장 허가를 위한 엄격한 면접 내용이 공지되기도 했다. 면접을 통과하려면 교사로 보이는 ‘직찍’(직접 찍은) 도촬(도둑 촬영) 자료 300장이 필요했다. 우대 사항으로는 ‘현역 고딩(고등학생)인가, 자료가 상당한가, 지속적 업로드가 가능한가’라는 조건이 제시됐다.

 

이들 방에서는 당초 알려진 딥페이크 불법합성뿐 아니라 어머니, 누나·여동생, 아내, 여자친구 등 여성 지인을 몰래 촬영하고 그 사진을 돌려보며 성적 조롱을 일삼는 행태도 관찰됐다. 나이, 실명과 함께 자신의 아내가 탈의한 모습을 불법촬영해 공유한 사례까지 있었다. 노출 수위가 높아야 구성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잘 때 몰래 옷을 걷어올리거나 심지어 수면제, 마약류 등을 먹여 불법촬영한 사진도 게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텔레그램방에 잠입해 증거수집 등을 하고 있는 20대 후반 여성 A씨는 본지와 만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피해자가 속옷만 입혀진 채 학대당한 직후 찍힌 영상이 가장 충격적이었다”며 “가해자들은 여성들의 외모나 몸매와 상관없이 그저 여성이기 때문에 자신의 친구나 가족에게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A씨가 잠입했던 방 3곳 중 2곳은 현재 없어졌고 남은 한 곳은 2940명에 달했던 이용자가 현재는 2500명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범죄 위협이 광범위하게 확산하자 경찰은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경찰청은 28일부터 7개월간 딥페이크 제작·유포 과정을 검거하기 위한 특별 집중단속을 실시하기로 했다. 특히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일 경우 더욱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딥페이크 성범죄로 입건된 10대 청소년은 지난달 기준 131명에 달한다. 전년 91명에 비해 40%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각계에서는 관련자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날 여군 사진을 이용한 딥페이크 성범죄물이 제작‧유포된 정황이 드러나자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27일 “국방부에 의지만 있다면 인트라넷의 로그 기록을 통해 피해 규모와 가해자들을 추적할 수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정지혜·이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