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시의 한 태권도장에서 5세 아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태권도관장에 대한 첫 재판이 27일 열린 가운데, 유족이 당시 CCTV 영상을 확인하며 직접 기록한 내용에는 관장이 아이를 폭행하고 괴롭힌 장면은 물론 주변의 다른 사범도 발버둥 치는 아이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의정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오창섭)는 이날 오전 10시40분께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위반(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30대 태권도관장 A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먼저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은 피해아동의 체격이 왜소해 충격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피해아동을 습관적으로 학대했다"며 "운동을 하기 싫다고 하는 아이를 때리고, 매트에 거꾸로 집어넣은 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유족들은 검찰이 공소사실을 읽는 도중 피고인을 향해 욕설을 하며 "때리니까 좋냐. 고개 숙이지마"라고 소리치며 오열했다.
유족들은 몸을 떨며 울분을 터뜨렸고, 가쁜 호흡을 내쉬며 법정 바닥에 엎드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법원 관계자들이 유족에게 물을 주며 진정시켰고, A씨 측 변호인이 사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 측이 제출한 의견서를 토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법리적 인과관계와 미필적 고의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A씨 측은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이 담긴 태권도장 등 CCTV를 단순 열람이 아닌 복사해서 확보하는 등사를 허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유족 측 변호인은 A씨 측이 방어권을 위해 CCTV를 등사해야 한다면 유족 측에도 허가해 달라고 재판부에 항의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서 증인심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오는 10월 8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A씨는 지난 7월 12일 양주시의 한 태권도장에서 관원인 5살 B군을 말아 세워놓은 매트에 거꾸로 넣고 27분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다.
유가족들은 YTN에 "때리고 때리고 또 때렸다. 초 단위로 폭행이 이어졌다"며 "아이가 심하게 발버둥 치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태권도장 사범들도 학대 행위를 방관했다며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A씨에게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미필적 고의란 범죄 결과를 완전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발생 가능성을 알고 있었고 그렇게 돼도 상관없다는 심리 태도를 의미한다.
검찰은 A씨가 다른 사범으로부터 B군의 구호 필요 건의를 받고도 이를 거절하고, 관장실 내 설치된 실시간 CCTV 화면을 통해 B군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장시간 매트 안에 방치한 사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B군이 혼수상태로 발견된 이후에도 적절한 구호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라 CCTV 영상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고 책임을 회피했다고 봤다.
A씨는 앞선 경찰 조사에서 "장난으로 그랬다"며 고의성을 부인했으며, CCTV 삭제에 대해서는 "무서워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