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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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이 너무해" 떠나는 MZ 공무원 …'3%' 인상으로 붙잡아질까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보수를 8년 만의 최대폭인 3.0% 인상하기로 한 가운데, '낮은 임금'을 공직사회 이탈의 가장 큰 이유로 꼽는 이른바 MZ 공무원들을 달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무원 노조는 그러나 "열악한 청년 공무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저연차 공무원들의 줄퇴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정부와 공무원 노조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공무원 보수를 3.0% 인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25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는 올해 보수 인상률(2.5%)보다 0.5%포인트(p) 오른 것으로, 2017년(3.5%) 이후 8년 만에 최대 인상폭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1.7%)보다도 높다.

 

공무원 임금은 2016년 3.0%, 2017년 3.5%를 기록한 이후 2018년 2.6%, 2019년 1.8%, 2020년 2.8% 올랐다가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0.9%, 2022년 1.4%, 2023년 1.7% 등으로 소폭 인상에 그친 바 있다.

 

정부는 내년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관련해 "그간의 높은 물가 상승률과 억제된 임금 인상률, 민간 기업과의 보수 격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간 물가 상승률은 11.6%에 달한 반면,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4.1%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이 기간 임금 인상률에서 물가 상승률은 뺀 공무원 실질 임금은 7.5% 감소했다.

 

지난해 민간 대비 공무원 임금 수준은 83.1%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2020년 90% 수준이었지만,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보수를 예년보다 큰 폭으로 인상하기로 한 것은 최근 들어 MZ 공무원들의 공직사회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5년 미만 저연차 공무원의 조기 퇴직자는 2019년 6663명→2020년 9258명→2021년 1만693명→2022년 1만3321명으로 3년 사이 2배 가량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1만35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들이 공직을 떠나는 대표적인 이유는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가 꼽힌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지난해 조합원 2만6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중도 사직 의사가 있다'고 답한 20~30대 공무원은 47%에 달했으며, 그 이유로는 가장 많은 69%가 낮은 임금을 꼽았다.

 

김영운 전공노 2030 청년위원회 위원장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떠나는 MZ 공무원을 잡기 위해 여러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이직하는 가장 큰 이유인 낮은 임금에 대한 개선 의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은 바 있다.

 

공무원 노조에 따르면 올해 9급 1호봉(초임) 공무원 임금은 기본급 187만7000원에 직급 보조비 17만5000원, 정액 급식비 14만원, 정근수당 가산급 3만원 등을 더해 월 232만원이다.

 

이는 올해 최저시급(9860원) 기준으로 환산한 일반 근로자 월급(206만740원)보다 26만원 많은 수준이다. 이마저도 세금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월 19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공무원 노조의 설명이다.

 

낮은 임금 등의 여파로 공무원 인기도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올해 9급 공무원 경쟁률은 21.8대 1로 32년 만에 최저를 경신했고, 필기시험 응시율도 75.8%로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공무원 노조는 내년도 공무원 보수로 기본급 31만3000원(8.1%) 정액 인상을 요구해왔다.

 

다만 노조와 정부, 전문가 각 5명씩 구성된 인사혁신처 산하 공무원보수위원회(공보위)는 5급 이상 2.5%, 6급 이하 3.3% 인상을 정부에 권고했는데, 이마저도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3.0%로 일괄 인상됐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이 경우 내년도 9급 1호봉 기본급은 월 193만3000원으로 5만6000원 오르게 된다. 공보위는 이들의 생계비 보장을 위해 수당을 포함한 보수를 월 16만원 이상 인상하도록 정부가 노력한다는 내용도 권고안에 담았지만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노조는 "5급 이상과 6급 이하 차등은 하위직 공무원의 열악한 임금 수준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결국 많이 받는 자는 더 많이 인상되고 적게 받는 자는 더 적게 인상돼 양극화가 심해지는 구조를 공고히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조는 "정부는 8년 만에 최대폭 인상이라고 자평했지만, 열악한 청년 공무원의 처우 개선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인상액"이라며 "내년에도 9급의 경우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 3년 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약 3.7%에 이르고, 경제 여건을 고려한 생활 물가는 이보다 더 높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내년 인상률은 또다시 공무원들의 실질임금 감소를 초래할 것이란 얘기다.

 

다만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청년 등 저연차 공무원에 대한 보수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남아있다. 정부는 올해 공무원 보수를 2.5% 인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처우 수준이 열악한 9급 초임에 대해서는 6% 추가 인상한 바 있다.

 

노조는 "국회는 최소한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고 저연차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며 "노조는 공보위를 법제화해 결정 사항이 그대로 이행되게 하는 등 국회와 정부에 대한 투쟁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