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여야 간호법·전세사기법 처리, 민생법 협치 더 속도 내야

28개 법안 처리, 22대 국회 처음
뒷북 입법 혼란부터 최소화해야
여야 대표 만나 모멘텀 이어가길

국회가 어제 본회의를 열어 간호사법과 민법개정안(일명 구하라법),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등 민생법안 28건을 처리했다. 여야 간 이견이 그다지 크지 않은 법안들이다. 5월 말 22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여야 합의로 민생법안을 처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간 여야 지도부 회담에서도 대화와 협치의 모멘텀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진료지원(PA) 간호사 합법화의 근거를 담은 간호사법 처리가 가장 눈에 띈다. PA 간호사 업무 수행을 위한 구체적인 요건과 간호조무사 학력 상한 철폐 등의 이견을 여야 합의로 봉합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보건의료노조의 파업(29일)을 하루 앞두고 추석 연휴 의료 마비를 우려하던 국민에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때마침 보건의료노조 산하 중앙대병원 등 7곳의 임단협이 타결된 만큼 보건의료 노조도 파업을 접는 것이 옳다. 간호법이 오히려 국민생명을 위협하는 ‘졸속입법’이라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목소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환자들의 호소를 외면한 채 ‘의대 증원 철회’라는 불가역적 요구사항을 내걸고 6개월째 현장을 이탈한 의료계가 할 말은 아니다.

이날 국회 문턱을 넘은 민법개정안은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속인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4년 가까운 법안 표류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전세사기특별법은 전세 사기 피해자 범위를 확대하고 해당 주택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최대 20년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책임 입법의 표본으로 지탄받던 택시 월급제 확대 2년 유예를 담은 택시운송사업발전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방송4법·노란봉투법 등 6개 법안을 상정하지 않은 것은 갈등을 최소화하고 정치복원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입법은 타이밍이다. 뒷북 입법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강 대 강’으로 치닫던 여야 협치가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된다. 이날 여야는 의지만 있으면 민생을 위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앞으로 있을 여야 대표 회담에서도 민생회복의 성과물을 도출해야 한다. 이번 협치를 계기로 다음 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일몰 시한이 연말인 K칩스법(반도체특별법)과 인공지능(AI) 기본법, 원전 생태계 복원에 필요한 고준위방폐장법 등 민생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