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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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간호사마저···” 조선대병원 파업 첫날 환자들 ‘발동동’

“전공의 빈자리 그나마 간호사가 맡았는데, 이제 간호사마저··”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결렬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본부 조선대병원 지부가 총파업에 돌입한 29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본부 조선대병원 지부가 총파업에 들어간 29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로비에 총파업 돌입을 알리는 노조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휠체어·보조기구에 불편한 몸을 지탱해 힘겹게 이동하던 환자들은 병원 곳곳에 내걸린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안내문을 보고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업무가 가중되자 임금 총액 대비 6.4% 인상을 요구한 보건의료노조 조선대병원 지부는 사측과의 여러 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2.5%인 올해 공무원 보수의 인상률까지 요구안을 완화했지만 병원 측은 의정 갈등으로 인한 병원 운영난을 이유로 수용 불가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이탈로 이미 진료가 축소된 데다 일부 노조원 파업 참여로 인한 공백도 비상 진료 가동으로 대응할 수 있어 당분간 진료 차질은 없다는 것이 병원 측 설명이지만 환자들 얼굴에서 걱정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입원 환자는 물론 수개월 전 진료 예약을 하고 이날 병원을 찾은 외래 환자 모두 제때 진료받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했다.

 

29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에서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는 가운데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수납창구를 찾고 있다. 뉴스1

병원 로비에 가득한 조합원들의 무기한 총파업 투쟁 구호를 듣고선 전공의들에 이어 보건의료 노동자들마저 환자를 돌보지 않겠다는 목소리에 환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신장에 결석이 생겨 이날 오후 수술을 받을 예정인 김모(53) 씨는 “병원이든 간호사든 서로가 한 걸음씩만 양보했더라면 의사·간호사가 없는 초유의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며 “의료진 없는 병원에는 환자도 없다”고 혀를 끌끌 찼다.

 

이탈 전공의들로 발생한 의료 공백을 그동안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힘겹게 메워왔는데, 노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병원의 대처가 원망스럽다는 환자도 있었다.

 

외래 환자 대기석에 앉아있던 안모(52) 씨는 “의사들이 버린 병원을 간호사들이 지켜온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간호사들을 병원이 배려했어야 한다”고 노조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날부터 시작한 조선대병원 노조의 무기한 총파업에 필수 의료 인력 40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노조원 800여명이 참여하기로 했으나, 실제 파업 인원은 병원 측 집계로 300여명 수준이다.

 

병원 경영진은 비노조원 근무 투입·근무자 재배치 등을 통해 외래 진료 축소나 수술 일정 연기 없이 정상 운영해 의료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지만 파업 장기화 가능성에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노조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진료 축소·환자 전원 등의 상황까지 갈 수 있다”며 “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해 노조와 이견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